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전달(연 1.50%)보다 0.25%포인트 내린 1.25%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앞서 한은은 작년 3월과 6월 각각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한은의 이날 결정은 미국 경제지표가 부진함에 따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국내 경기를 고려해 한은이 선제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FOMC의 금리인상 시점이 불투명한데다 하반기 한국경제는 구조조정,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경기하강 리스크가 높다”며 “한은이 이를 미리 상쇄하기 위한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경제상황을 보면 최근 우리경제는 세계경제 회복 지연으로 수출·생산은 부진하고 있으나 소비 등 내수는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내수의 대표적 척도인 소매판매는 전월(4.3% 증가) 기저효과 영향으로 4월 소폭 하락(-0.5%)했지만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제조업 생산은 3월(-0.6%), 4월(-2.8%)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통관기준 수출은 작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17개월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수입도 20개월째 감소세다.
12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이번 금리 인하로 가계부채 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저소득계층의 부실화에 대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성장률 전망도 어둡다. KDI는 지난달 24일 발표한 한국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4%포인트 낮춘 2.6%로 전망했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회의 또한 변수다. 오는 14~15일 FOMC를 필두로 6월말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빅이벤트’가 줄줄이 예고돼 있다. 특히 23일 예정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결과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되면 국제금융시장 불안감이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치보다 낮게 나오고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금리인상 신중론으로 전향하면서 6월로 점쳐졌던 FOMC의 금리인상은 불투명하게 됐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 5월 미국 비농업 취업자수가 전월보다 3만8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16만명을 크게 밑도는 결과로 2010년 9월 이후 5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중국은 1분기 GDP 성장률이 6.7%를 기록, 시장기대치에 부합했으나 4월 이후 수출·물가 등 주요 지표가 조정을 받았다.
국제유가가 상승으로 돌아서는 등 원유 가격 불안도 대외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지난 8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7월 인도분은 나이지리아 원유 생산량 감소 등으로 전일보다 67센트(1.4%) 오른 배럴당 50.3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가 배럴당 50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저물가 기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보다 0.8% 올라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발 금리변동 향방, 국제유가 동향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보다 면밀한 모니터링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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