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제주소주 인수를 통해 소주시장에 진출한다. 또한 제주도 물을 이용한 탄산수 등 음료시장에도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네트워크와 자금력을 갖춘 이마트가 제주소주를 인수하면 국내 소주 시장에 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8일 주류업계와 신세계그룹 등에 따르면 이마트는 제주도에 기반을 둔 제주소주를 인수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조만간 본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인수 가격은 3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딜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마트 관계자들이 수차례 제주도에 내려가 제주소주 측과 긴밀한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안다”며 “조만간 인수를 최종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이마트는 지난 2월 제주소주 측으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은 후 3개월간 장고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의견과 투자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내부적으로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최고 경영진에서 인수 쪽으로 힘을 실어주면서 소주사업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제주소주는 지난 2014년 10월부터 산도롱, 곱들락 등 2가지 소주를 제주지역에 판매하는 지역 소주회사다. 하지만 제주 지역 절대강자인 한라산 소주에 밀리며 재무상황이 열악해진 것으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올해 초부터 적극적으로 매각 작업을 추진해왔다.
이마트가 제주소주 인수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번째는 라이센스 획득이다. 제주소주를 인수하면 이마트는 국세청으로부터 소주 생산을 위한 신규 라이센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 전국 유통망을 가진 이마트가 제주소주를 인수해 당장 전국 이마트와 위드미 매장에서 자사 소주를 판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제주도에서 생산한 소주를 전국에 유통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물류비를 지출해야 한다는 점은 이마트에게 부담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번째는 제주라는 브랜드 가치다. 제주라는 브랜드는 우리나라에서 청정·여유 등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삼다수가 국내 생수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장선이다.
이마트는 특히 제주소주 인수를 통해 신규 허가를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제주도 지하수 개발 허가권까지 얻을 수 있다. 제주소주가 제주도 지역 지하수 개발 허가권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제주도 물이 갖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활용해 물이나 음료수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평소 한라산 소주를 즐겨마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제주도 물을 활용한 사업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제주도 지하수 개발 허가권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모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제주도 물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만큼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이마트는 제주 브랜드를 이용한 소주와 음료수 수출사업에도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가 제주소주를 인수하면 와인,수제맥주에 이어 소주까지 모두 취급하는 종합 주류회사의 기틀도 다질 수 있다. 이마트는 계열사인 신세계L&B와 신세계푸드를 통해 와인유통과 수제맥주 제조사업을 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에 이어 신세계그룹까지 주류 시장에 적극 뛰어들면서 기존 주류회사와 유통공룡들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가(家)인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국민을 취하게 하는 주류 사업은 하지마라”는 유지를 남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이병철 창업주의 외손자다.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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