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7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리콜계획서를 반려조치했다. 과거 두 차례에 걸쳐 제시됐던 ‘보완’ 요구와는 달리 이번에는 ‘불승인’의 의미를 담은 행정처분이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이날 “폭스바겐측에서 지난 2일 리콜계획서를 제출했지만 핵심내용이 담겨있지 않아 계획서를 결국 반려조치했다”며 “임의설정을 시인한다는 내용을 리콜계획서에 꼭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끝내 이런 내용을 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 제출한 리콜계획서 원본 등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1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를 리콜명령 이행 위반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상태다. 폭스바겐의 리콜 이행상황이 ‘보완중’에서 ‘불승인’으로 바뀌면서 사법당국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리콜명령 미이행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매겨진다. 홍 과장은 이어 “폭스바겐측이 티구안 개선 소프트웨어를 제출했지만 아직 독일에서도 승인이 나지 않은 프로그램”이라며 “향후 폭스바겐이 임의설정 인정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경우에만 소프트웨어 타당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환경부는 지난달 배출가스 임의설정을 확인한 닛산 캐시카이 차량에 대해서도 청문절차를 마치고 신차 판매정지, 기존 판매차량(824대) 인증취소, 리콜명령, 과징금 3억4000만원 부과 등 행정처분을 내린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폭스바겐과 마찬가지로 한국닛산이 대기환경보전법 제46조에 따른 제작차 배출허용기준과 제48조에 따른 제작차 인증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한국닛산과 키쿠치 타케히코 한국닛산 사장을 7일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했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에도 아랑곳없이 폭스바겐 등 수입차 판매량은 다시 급증하는 추세다.
폭스바겐코리아의 경우 지난달 2326대를 파는 등 전월(784대)보다 세 배 가까운 판매량 증가세를 기록했다. 계열사인 아우디 판매량 2336대를 합치면, 1위 BMW(미니 제외)를 앞지를 정도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BMW와 벤츠에 이어 5월 수입차 판매 3·4 위에 올랐다. 5월 베스트셀링 모델도 폭스바겐의 티구안(Tiguan) 2.0 TDI BlueMotion이 707대로 최고 영예를 안았다. BMW 520d(707대), BMW 520d xDrive(611대)가 그 뒤를 이었다.
폭스바겐 코리아는 지난달 티구안 등 주력차종에 대해 10% 넘는 특별할인에 들어갔다.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는 5월 한 달간 전 모델 라인업을 대상으로 0.24~1.22%의 저금리 유예할부와 36개월 무이자 할부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차 신규등록대수는 1만9470대로 전월 대비 9.1% 급증했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해도 5.9% 늘어나 완연한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1~5월 누적으로는 전년보다 2.3% 줄어든 수치지만 최근 추세라면 지난해 수준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코리아가 한국 정부와 고객을 무시하면서 신차 프로모션에만 집중하는데도 판매량이 꾸준한 건 매우 씁쓸한 현상”이라며 “차를 고를 때는 중고차 시세 등 브랜드 가치를 감안해야 하는데 한국 소비자들이 너무 근시안적인 소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범주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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