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원래 대한민국 재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회사 중 하나로 통했다. ‘돌다리를 두들겨보고 건너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그런 롯데그룹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 이후다. 2004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 본부장에 임명된 해다. 신 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롯데그룹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보수적인 경영을 펼친 것과 대조적으로 신동빈 회장의 경영스타일은 ‘공격적’, ‘이례적’이라는 단어로 자주 표현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 회장이 정책본부 본부장에 취임한 이후 M&A를 통해 인수한 회사는 36개에 달한다. 금액으로만 14조원 규모다.
신 회장은 지난 2004년 KP케미칼 지분 53.8%를 1785억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06년부텨 본격적인 M&A 행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우리홈쇼핑을 롯데그룹 계열사로 편입시켰고 2007년에는 빅마트와 나이스마트, 중국 Makro의 점포들을 잇따라 사들였다.
2008년에도 길리안(네덜란드계 초콜릿 회사), 케이아이뱅크(ATM사업), 인도네시아 Makro(19개) 점포, 코스모투자자문 등을 잇따라 인수했고 2009년는 두산주류BG(현 롯데주류)를 5030억원에 인수하며 주류 시장에도 본격 진출했다.
이후 신동빈 회장의 스케일은 점점 커져갔다. 2010년 신 회장은 한 해에만 3조 6600억원을 쏟아부으며 바이더웨이, 영국 아르테니우스(PTA/PET), GS리테일 백화점·마트 부문, 이비카드, 말레이시아 타이탄, 중국 럭키파이, 데크항공, 필리핀 펩시(PCPPI), 파스퇴르유업, 파키스탄 콜손, 현대정보기술 등을 사들였다.
2011년 이후에는 1조원 규모의 딜만도 4개에 달한다. 하이마트(1조 2480억원), 케이티렌탈(1조 200억원), 뉴욕 팰리스 호텔(8억500만달러), 삼성정밀화학 등 화학부문(3조원) 등이다. 특히 지난해 삼성과의 빅딜은 신동빈 회장의 공격적 경영의 DNA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유통 중심이던 롯데가 ‘화학’이란 또 하나의 날개를 단 것으로 평가되는 삼성 화학부문 인수는 신동빈 회장의 과감한 결단에 의해 이뤄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개별적으로 만나 ‘빅딜’을 직접 제안했고 이후 3조원이라는 거금을 투입하겠다고 결정한 것도 신 회장 본인”이라고 말했다. 이번 액시올 인수 추진도 신동빈 회장이 직접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경영권 분쟁 이후 여러가지 악재를 만난 상황에서도 신동빈 회장은 흔들리지 않고 물밑에서 대규모 M&A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며 “호텔롯데 상장작업이 마무리돼 실탄이 확보되면 롯데그룹은 또다른 M&A 물건을 찾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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