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미국 법인을 설립한 풀무원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일본 업체들이 현지 두부 시장 80%를 점유하고 중국 업체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어 난공불략이었다. 더욱이 미국인들은 너무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한국식 두부 식감을 좋아하지 않았다. 샐러드에 넣어 먹을 단단한 두부를 더 선호했다.
한인 교포 대상 판매만으로는 성장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2005년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식감을 지닌 ‘스테이크 두부(hard firm)’로 승부수를 띄웠고 판매가 급증했다. 치즈처럼 단단한 이 두부는 샐러드와 잘 어우러져 채식주의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 성장세를 몰아 지난 3월 미국 두부 업체 비타소이를 전격 인수해 세계 시장 1위에 올랐다.
세계 두부 시장 규모는 1조 6000억원(업계 추정치). 풀무원의 두부 매출액은 3600억원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시장에서도 ‘두부 한류’를 이끈 덕분이다. 2011년 중국 법인을 설립한 후 대륙의 입맛을 사로잡았으며, 2014년 일본 두부시장 4위 업체인 아사히식품공업을 인수해 현지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풀무원 두부의 성공 비결은 국가별 음식 취향 저격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두부 섭취 방법을 철저히 분석해 맞춤형 두부를 개발했다. 남승우 풀무원 대표는 외국 식품사 공장 150 여곳을 직접 둘러보고 두부 기술자들을 견학시키며 세계인에게 통할 두부를 연구했다.
미국에서는 서양인이 싫어하는 콩 비린내를 없앴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햄버거 패티의 탄력과 경도(단단한 정도)를 연구해 유기농 스테이크 두부를 개발했다. 두부 농도를 높여 한국식 두부보다 3배 더 딱딱하게 만들어 샐러드용으로 잘 팔렸다. 회사측은 글로벌 대표 상품을 소개하기 위해 다음달에 이 제품을 국내 출시할 예정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스테이크 문화에 익숙한 서양인과 아시아 이민자들을 모두 공략하고 있다”며 “아시아식 두부와 서양식 두부 비율은 4:6”이라고 설명했다.
볶음과 튀김 요리가 많은 중국에서는 취두부와 건두부로 승부했다. 특유의 발효 냄새가 나는 취두부는 중국 노점 먹거리 골목에서 많이 쓰인다. 종이처럼 얇은 건두부는 물기를 빼고 압착시킨 두부로 볶아 먹는다.
일본에서는 두부를 기름에 튀긴 유부와 소스에 찍어먹는 생두부, 튀겨 먹는 부침 두부를 생산하고 있다.
풀무원은 한국식 순두부도 미국에 판매하고 일본 스타일 두부 푸딩을 국내에 소개하면서 두부의 국경을 허물고 있다. 이달중 출시되는 두부 푸딩 ‘사르르 달콩’은 생크림과 고농도 두유, 카카오 등 자연재료로 만들었다. 바쁜 아침 가벼운 식사나 오후 간식, 디저트로 안성맞춤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두부를 매개로 세계 음식문화 교류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풀무원은 1984년 국내 처음으로 포장두부를 내놓은 후 유기농 바른 먹거리로 국내 시장 1위(점유율 50%)에 올랐다. 현재 음성과 의령, 춘천 공장에서 하루 30만모를 생산하고 있다.
회사측은 1988년 두부 전문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했으며 2000년에는 두부와 콩나물에 유전자 변형 콩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009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천일염에서 추출한 천연응고제를 적용해 화학첨가물을 없앴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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