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대 국회 종료 1달여를 앞두고 수협중앙회에서 수협은행 분리를 골자로 하는 수협법 개정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5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국회는 오는 10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어 농·수산업 관련 법안 심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상임위가 열리면 파행 후 6개월만에 수산업 관련 입법이 재개되는 셈이지만 김우남 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안효대·박민수 의원이 모두 낙천·낙선해 위원회 의결 정족수(위원회 과반인 10명)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수협 관계자는 “수협법 개정안은 여야간 이견이 없는 무쟁점 법안으로 해수부 예산과 세법특례까지 모든 준비가 갖춰졌음에도 입법파행으로 상임위에 올라가지조차 못하고 있다”며 “한중 FTA로 수산업 지원이 더 절실해진 상황에서 이번 마지막 상임위에서도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수협경쟁력 약화가 불보듯 의원들에게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된다고 간곡히 부탁을 드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협법 개정안은 국제결제은행(BIS)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한 바젤III 국제회계기준을 맞추기 위해 수협 신용사업 부문(수협은행)을 자회사 형태로 중앙회에서 분리시키고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지도경제부문과 신용부문으로 구성된 중앙회에서 수협은행을 분리하고, 중앙회 지도경제부문은 경제부문과 교육지원부문으로 전문화한다. 자산규모 2500억원 이상 조합은 조합장을 비상임 명예직으로 바꿔 전문경영인이 맡도록 했다.기존 직선제 대신 인사추천위원회를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한·중 FTA로 상품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 대응해 수협의 기능을 수산물을 단순히 위탁·공동판매하는 방식에서 상품부가가치와 어민 소득을 높이는 유통·판매·마케팅·수출 중심으로 전환하는 내용도 담겼다.
바젤Ⅲ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금융사가 자기자본비율은 8% 이상, 보통주 자본비율은 4.5% 이상, 기본 자본비율은 6%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내 다른 은행들에는 2013년부터 이 기준을 적용했지만 수협은 18개 은행 중 유일하게 올해 12월 1일까지로 3년간 도입 시점을 유예받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수협에 공적 자금 1조1581억원이 투입된 상황에서 바젤Ⅲ 기준으로는 공적자금이 자기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돼 수협이 부실 기관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수협은 중앙회에서 분리되는 수협은행의 자본을 바젤III 기준에 맞게 확충하기 위해 기존 공적자금 1조1581억원 외에 9000억원을 추가로 조달할 계획이다. 임직원출자 240억, 회원조합 출자 500억 등 자구노력에 더해 5500억원+α의 수산금융채권을 발행한다. 기재부는 지난해 9월 5500억원 규모 수산금융채권의 조달비용(이자, 5년간 687억5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올해 10~12월 예산으로 34억4000만원을 배정해 놓았다. 주식회사 전환때 발생하는 세금문제에 특례를 주기 위한 한시법도 마련돼 있는 상태다. 해수부 관계자는 “농협이 이미 한차례 시행한 바 있는 금융부문 분리작업을 지금이라도 조속히 추진하려는데 이 모든 준비작업이 19대 국회 파행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며 “국제회계기준에 맞지 않는 수협은행의 경쟁력 약화는 본연의 어민 지원사업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어 어민들을 살피는 차원에서도 19대 국회 입법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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