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악화가 지속되면서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올해 1분기에도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현대중공업이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삼성중공업은 소폭 흑자를 냈으며 대우조선해양은 적자 규모가 줄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무엇보다 빅3는 ‘수주 절벽’이라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에 부딪힌 상황이다. 올 2분기에는 인력감축을 비롯한 구조조정이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263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무려 1조630억원의 적자를 냈던 전분기보다 적자폭이 크게 줄긴 했으나 영업이익 달성에는 실패했다.
매출은 전분기보다 9.1% 줄어든 3조5321억원, 당기순이익은 31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현대중공업은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0조2728억원, 영업이익 3252억원, 당기순이익 2445억원을 기록해 10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는 본업인 조선 부문이 아니라 정유 부문 실적이 크게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정유 부문 2천억원, 조선 부문 1900억원의 수익을 냈다.
삼성중공업 역시 올 1분기에 매출 2조5301억원, 영업이익 61억원, 당기순이익 159억원을 기록하며 2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그러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 영업이익은 76.8%가 각각 줄면서 시장에서는 ‘어닝 쇼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삼성중공업의 저조한 실적은 해양플랜트 악재가 또다시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 3사의 수주 절벽이 현실화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4개월이 지나도록 조선 빅3가 수주한 선박은 단 5척에 불과하다. 평년의 20분의 1 수준으로 이대로 가면 내년부터는 선박을 건조하는 도크의 절반이 빈다. 현재 인력의 절반 가량이 일손을 놓게 되는 셈이다.
그나마도 올 들어 수주한 5척 중 3척이 현대중공업의 실적이고 나머지 2척은 대우조선이 지난 3월에 자회사가 수주한 2척의 계약을 자사로 돌려서 수주 실적으로 삼은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단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올해 이후의 전망도 암울하다.
전 세계적으로 조선 불황이 닥치면서 선박을 발주하는 업체가 전무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수주 절벽 현상이 올해 뿐 아니라 내년까지 가파르게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총 5만여명의 직영 인력이 근무하는 조선 빅3가 이처럼 ‘개점휴업’ 상태를 앞두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조정이 한층 빠르고 강도 높게 진행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일단 업체들은 채권단과 주채권은행의 요구에 따라 추가 구조조정안을 마련 중이다.
지난해 채권단의 4조원대 지원 결정이 내려진 대우조선은 일단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안전성 평가) 결과를 본 뒤 조만간 추가 구조조정 방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기존에 발표된 대로 2019년까지 3000여명을 감원하는데 더해 추가 인력 감축, 추가 자산 매각 등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과 산업은행이 자구책을 공식적으로 요구함에 따라 이르면 내주 초 구조조정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임원 25%를 감원한 데 이어 조만간 생산직을 포함한 3천여명을 희망퇴직을 통해 감축할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온다.
지난해 1500여명을 줄인 삼성중공업은 산업은행이 요구한 재무구조, 경영 개선, 유동성 관리 3개 분야 관련 자구안을 내부 논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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