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다운타운에서 약 8km 떨어져있는 ‘웨스트필드 런던(Westfield London)’은 연간 2800만명이 찾는 런던의 대표적인 교외형 복합쇼핑몰이다. 이 지역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작은 공장 등이 있는 전형적인 도시 외곽의 시골마을이었다. 하지만 2008년 웨스트필드 런던이 오픈한 이후 완전히 새로운 곳으로 탈바꿈했다. 지하철역이 생겼고 근처에 기차역까지 만들어졌다. 수십대의 버스들이 새롭게 웨스트필드 런던이 위치한 지역을 경유하기 시작했고 자전거 도로도 세워졌다. 당연히 도시가 활력을 띠기 시작했다.
웨스트필드 런던의 점장인 엠마 힌데스씨는 “연간 3억 파운드(약 5400억원)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가져왔고 1만2000개를 일자리를 신규 창출할 만큼 지역경제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은 800만명에 달하는 런던 시민들 뿐 아니라 중국, 아랍인 등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사랑받는 쇼핑몰로 자리매김하면서 런던의 관광산업에도 일조하고 있다. 실제 웨스트필드 런던 고객 중 외국인 비중은 20%가 넘는 수준이다. 이때문에 웨스트필드 주변에는 호텔들도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더욱이 웨스트필드 런던은 향후 인근 지역에 150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직접 짓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더 많은 고객들이 웨스트필드 런던 인근에 머물면서 더 많은 시간을 웨스트필드 런던에서 보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다.
대형 복합쇼핑몰이 위기를 겪고 있는 유통업계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소비 활성화와 고용 창출과 같은 든든한 경제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지역 개발의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부지 면적만 112만㎡(약 34만평)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두바이몰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바이몰은 두바이에서 판매되는 명품의 50%를 판매할 만큼 내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두바이몰 매출이 두바이 국내총샌상(GDP)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또한 두바이몰은 2만 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고용 창출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형 복합쇼핑몰은 유통의 주도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현 상황에서 기존 유통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온라인 쇼핑몰에게 대항할 수 있는 마지막 무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단순히 파는 물건과 매장수가 많은 대형 쇼핑몰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반드시 찾아가야 할 이유’를 제공해주는 체험형 복합쇼핑몰을 통해 해 고객들을 오프라인으로 나오게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렌드를 선도해가는 해외의 대형 복합쇼핑몰들은 ‘쇼핑 그 이상’의 욕구를 한 곳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쇼핑몰로 진화하고 있다. 복합쇼핑몰이 편리한 원스톱 쇼핑공간 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로 무장하고 있는 것이다.
‘몰 오브 에미레이트’의 스키 두바이가 대표적인 예다. 쇼핑몰 내 실내 공간에 85m 높이의 인공 산이 세워지고 그 아래로 5개의 슬로프가 길게 펼쳐진다. 어린이 고객들을 위한 얼음 동굴, 3D 극장 등을 갖춘 ‘스노우 파크’도 운영 중이다. ‘사막의 스키장’은 제무재표로만 보면 돈되는 사업은 아니다. 하지만 쇼핑몰 전체의 이미지를 높이고 집객력을 높이는데는 어떤 매장보다 효과가 높다. 스키 두바이를 바라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 살몬틴트(Salmontint)의 메니저 알리씨는 “스키장이 보이는 창가 자리는 일주일 전에 예약이 모두 끝난다”고 말했다.
축구장 84개 규모인 두바이몰도 곳곳에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두바이 최대의 명품 쇼핑공간을 갖춘 것은 물론 아쿠아리움, 분수대, 폭포, 공룡뼈 전시장에서부터 세계 최대 규모의 사탕가게, 금을 뽑을 수 있는 자판기까지 볼거리가 다양하다. 쇼핑몰 안에서 미니 택시가 운영될 정도로 넓은 크기이지만 구석구석을 모두 방문해보고 싶도록 만드는 유도장치인 셈이다.
두아이몰은 또 어린이들의 직업 체험 테마파크인 키자니아부터 대규모 게임테마파크인 세가 리퍼블릭(Sega republic)을 입점시켜 가족단위 고객들을 위한 공간도 다양하게 마련했다. 두바이몰에서 만난 하이츠만씨는 “루이뷔통, 샤넬은 어디를 가나 볼 수 있지만 두비이몰에는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들이 많다”고 평했다.
영국 런던 근교 복합쇼핑몰 웨스트필드 런던도 항상 고객들의 관심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발소, 샴페인바, 요가실, 영화관, 키자니아, 음악감상실 등이 웨스트필드 런던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이유다. 특히 중앙광장은 시기에 따라 스케이트장에서부터 잡페어, 가상현실 체험관 등으로 꾸준히 변신한다. 특히 매년 새롭게 선보이는 점포들은 체험형 매장을 지향하고 있다. 최근 오픈한 나이키 매장의 경우 고객들이 센터 주변에서 달리기와 같은 운동을 할 수 있는 런닝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복합쇼핑몰에 위치한 다양한 컨텐츠의 목적은 고객들에게 ‘방문해야 할 이유’를 제공하고 고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리려는 것이다. 엠마 힌데스 웨스트필드 런던 점장은 “레저나 식당 공간은 쇼핑매장보다 수익률은 낮지만 더 많은 고객들을 방문하게 만드는 핵심 경쟁력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고객들이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쇼핑공간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웨스트필드 런던에 고객이 체류하는 평균 시간은 5시간이다. 엠마 힌데스씨는 “5시간은 런던의 백화점보다 평균 2배 높은 수준”이라며 “우리는 고객들이 하루 종일 머물다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게 목표이며 이는 결국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바이·런던 =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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