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소재를 활용한 신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며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다. 불황의 늪에 빠진 패션 업체들이 제품 차별화로 ‘내실 다지기’에 나선 것이다.
2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생활 오염 물질에 쉽게 털어내는 나노 가공 소재와 땀을 흡수해 냄새를 제거하는 한지나 우주복 소재 등 패션과 거리가 멀어 보이던 신소재를 적용한 의류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패션과 신소재·IT 기술 결합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구김이 적고 특정 부위에 발열하는 로가디스의 스마트 슈트를 시작으로 빈폴과 SPA(제조·유통 일괄) 에잇세컨즈까지 다양한 브랜드 라인에 적용한 것이다. 여기에 올해 패션부문 원톱 수장으로 올라온 이서현 사장이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미래 패션을 강조하면서 패션과 신소재·IT 기술 결합에 힘이 실리고 있다.
빈폴은 지난 1일 업계 최초로 나노(Nano) 가공을 통해 어떠한 생활 오염에도 옷을 원래의 상태로 유지·보호할 수 있는 바지와 셔츠 제품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 제품은 케첩, 커피 등 오염물질이 옷에 묻거나 튀었을 때 가볍게 손으로 털거나 휴지로 닦는 것만으로도 제거할 수 있어 업계의 놀라움을 샀다.
나노 소재에 이어 천연원단 한지를 사용해 땀 흡수력과 통풍 기능을 살린 티셔츠도 등장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특별한 의류와 소재를 찾는 소비자 욕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면서 “개별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소재와 IT기술 접목으로 올해는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매출 하락으로 위기에 몰린 SPA(제조·유통 일괄) 강자 유니클로는 ‘제2 히트텍’ 에어리즘 라인을 공개했다.
향균과 통풍·냄새 제거 기능을 강화한 여름 내의 에어리즘으로 업계의 불황을 정면돌파할 각오다. 실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일본 내 유니클로를 찾는 고객 숫자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3%나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 국내 유니클로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유니클로는 반등의 기회를 잡기 위해 국내서 ‘연 매출 1조 신화’를 썼던 히트텍에 이어 기능성 소재 의류를 다시 한 번 선택한 셈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우주복에 사용되는 기술을 적용한 스페이스 수트를, 패션그룹형지의 크로커다일레이디는 초극세사 ‘마이크로 화이버’로 제작한 신축성과 흡습·속건성을 높인 바지를 선보이며 분위기에 합세했다.
주요 패션업체들이 신소재를 사용한 제품에 공을 들이는 데는 저가 정책만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성비를 앞세운 온라인 커머스 브랜드나 SPA브랜드에 저가 정책으로 맞서기보다는 차별화 소재와 기능성으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등에서 유사한 디자인 상품이 무분별하게 쏟아지고 있고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갈수록 낮아지다 보니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기능성 소재, 독특한 소재로 당사 브랜드만의 개성을 살리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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