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걸리겠지만 친환경 선박에서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돌파구)가 나올 것입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장남이자 현대중공업 기획실 총괄부문장을 맡고 있는 정기선 전무(34)의 말이다. 정 전무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제 18차 세계 LNG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는 호주 퍼스에서 매일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정 전무는 이번 행사에 참석, 해양플랜트 발주처인 세계 굴지의 오일 메이저사 대표들과 쉴새없는 미팅을 진행하고 있었다. 정 전무는 기자와 대화 중에도 ‘고객분들’이라는 단어를 여러번 사용했다. 단어 한글자 차이지만 ‘분’이라는 말이 입에 붙을 정도로 몸을 낮춰 치열한 영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줬다.
정 전무는 현대중공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는 친환경 선박인 ‘에코십(EcoShip)’에 대한 열정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정 전무가 현대중공업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언론을 통해 생각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전무는 “새로운 방식이니까 시장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가능성이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정 전무는 “(에코십은) 선주가 어떻게 선박을 운영하느냐에 따라 경제성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서 공급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무는 “경제성이 아니더라도 (환경) 규제 이슈 때문에 필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정 전무는 지난 3월 현대중공업과 미국 GE 간 가스터빈 추진 선박에 관한 포괄적 사업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을 주도하는 등 현대중공업 미래설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경기 침체로 지난해 1조 5400억원의 손실을 내는 등 최악의 경영난에 닥친 상태다. 정 전무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 및 인도와 협력사업을 주도하고 있고 조선과 해양 영업을 통합하는 총괄부문장을 맡는 등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위기에 봉착한 현대중공업이 오너 경영을 강화하고 있어 정 전무의 비중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정 전무는 “조선업은 사이클이 분명히 있는 사업으로 어떻게 보면 건설업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 전무는 “경기 사이클에 따라서 필요할 때는 린(lean:군더더기 없는) 해질 필요가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위기극복을 위한 질문에 “최근에 사업 대표들의 권한을 강화했다”며 “사업 대표들이 책임경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무는 사업 대표 책임 경영을 강화한 배경에 대해 “단기적으로 필요한 조치와 장기적으로 필요한 조치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가 어렵다”며 “여러 일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회사 측에 연간 4,000억원 부담이 늘어나는 임단협안을 요구한 상태다.
정 전무는 노조와 각을 세우기보다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전무는 “우리도 노조를 충분히 이해한다”며 “이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 설득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전무는 “계속 사업을 영위해 나가려면 같이 나아가야 한다”며 “대화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전무는 대일외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2006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크레딧스위스,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을 거치며 컨설팅, 금융 경력을 쌓았다. 2013년 현대중공업으로 돌아온 그는 2014년 상무로 승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전무로 한 단계 더 승진하며 회사 내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퍼스 =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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