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이란 제재가 해제된 이후 국내 조선사 중 처음으로 이란 해운사로부터 선박 건조 계약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 가뭄으로 고사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새로운 신시장이 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이란 최대 국영해운사인 IRISL (Islamic Republic of Iran Shipping Lines) 과 1만 4500TEU 급 대형 컨테이너선 3척 발주를 놓고 협상을 하고 있다.
지난해 비슷한 규모 선박이 척당 1억 2000만 ~1억 3000만 달러에 발주된 것을 고려하면, 이번 발주는 3억 5000만달러~4억 달러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현지 소식통은 “이번 계약은 약 8년 전 현대미포조선이 수주했다가 선수금을 받고 중단된 계약을 부활시키는 성격”이라며 “현대미포조선보다는 현대중공업이 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이 수주 주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IRISL의 첫 발주가 2분기 내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RISL은 미국 경제제재 해제 이후에 본격적인 영업망 확대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선박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IRISL은 최근 네덜란드 로테르담, 벨기에 앤트워프 등 유럽 주요 항구도시로 정기노선을 복원했다. IRISL는 지난 2월 말 부산항에 빈 컨테이너를 들여와 운항을 준비하고 있다. 이란 국적 선박이 부산항에 입항한 것은 4년 만이었다. IRISL은 곧 부산항과 이란 남부 반다르 압바스를 있는 정기항로를 개설할 예정이다.
1967년 설립된 IRISL은 과거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에 대규모 발주를 했던 회사다. 그러나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가 강화되며 이란발 선박 발주는 최근 7~8년간 중단된 상태였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도 IRISL 외에 이란국영유조선회사(NITC) 등과 선박 계약을 협의하고 있어 추가 수주가 이어질 지 주목된다.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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