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추가 허용을 비롯해 면세점 제도 개선을 검토하는 가운데 신규면세점 대표들이 긴급회동을 가졌다. 특히 관련 공청회를 하루 앞두고 가진 회동이라 그 내용이 주목된다.
15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최근 면세점을 오픈한 양창훈 HDC신라면세점 대표, 황용득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대표,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대표, 이천우 두산 부사장, 권희석 SM면세점 대표는 전일 중구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 모여 “추가적인 면세점 사업권은 신규 면세점이 오픈한지 1년 정도는 지켜보고 난 뒤 검토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아직 신규면세점이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추가로 면세점 사업 특허가 발휘될 경우 신규 사업자가 경영상 큰 어려움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업계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영향으로 중국인 관광객 수요도 예상보다 적은데다 면세점 수를 늘리면 물건을 채우지 못한 면세점이 병행수입을 하거나 ‘짝퉁(가짜 상품)’을 팔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정부는 오는 16일 오후 서울지방조달청에서 기획재정부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주최하는 면세제도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이달 말 면세제도 개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는 당초 발표를 계획한 오는 7월보다 4개월 앞당긴 것으로 개선안에는 현행 5년인 특허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고 면세점 사업 신규 특허를 추가하는 방안이 담길 것이란 예측이다.
업계는 특히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이 이번 정부 발표로 면세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특허 심사에서 탈락해 오는 5월과 6월 워커힐면세점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각각 영업 종료를 앞둔 시점에서 수정안 발표 시기가 종료 이전으로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신규 면세점 입장에서는 기존 면세점에서 빠질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고 인력도 충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면세점이 운영을 이어갈 경우 영업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롯데의 경우 글로벌 면세 3위 업체인만큼 신규 사업자들에게는 버거운 경쟁상대일 수밖에 없다.
반면 수십년동안 면세점을 운영해오며 노하우를 키워온 기존 면세점들은 정부의 이번 개선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연면적은 2만㎡로 롯데면세점 소공점에 이어 국내에서는 두 번째로 크다. 특히 오는 12월 완공 예정인 롯데월드타워 8층과 9층을 연결해 총 3만6000㎡ 규모의 국내 최대 면세점을 만들 예정이었지만 면세점 사업 특허권을 잃어버리면서 좌절 됐다.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하는 SK네트웍스 역시 신세계에 특허권을 내주면서 지난 1992년부터 이어온 면세 사업을 접어야할 처지다. 매장 리뉴얼에 1000억원 가량을 투자하다 특허권 상실로 공사도 중단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면세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사업자가 영업을 이어가는 것이 영업환경을 악화시킨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라면서 “면세점이 자리잡으려면 적어도 3~5년이 걸리는데 1년동안 시간을 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특혜를 달라고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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