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등 동부제철 채권단은 당진공장 매각의 걸림돌로 지적받던 열연용 전기로를 공장에서 분리해 이란 등 중동지역에 내다 팔기로 했다.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인천공장은 매각을 포기하고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10일 철강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동부제철 채권단은 최근 국내 한 종합상사를 통해 당진공장 열연용 전기로를 이란 철강회사에 팔기로 하는 물밑 협상에 착수했다. 국내 종합상사인 이 회사는 산업은행 등에게 동부제철의 열연용 전기로를 사들여, 이란 현지에 직접 되파는 방식의 협상을 진행 중이다.
동부제철의 당진공장 열연용 전기로는 이 회사가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부실자산이다. 천혜의 항만을 끼고 있는 당진공장의 입지와 신규설비들은 다른 제철소에서 매력을 느낄만하지만, 제철소 중심에 들어선 열연용 전기로는 그야말로 ‘계륵’이다. 산업은행이 야심차게 추진한 당진공장 1차 매각 작업이 수포로 돌아간 것도 전기로 영향이 컸다.
당진공장 열연용 전기로는 김준기 전 동부제철 회장의 야심작이었다. 모든 철강제품의 원료가 되는 열연코일을 동부제철이 직접 생산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용광로에서 쇳물을 뽑는 것과 달리, 동부제철은 고릅 전기로를 통해 열연용 쇳물을 뽑기로 했다. 여기서부터 동부제철은 크게 삐끄덕대기 시작한다.
철강경기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고로에서 뽑는 쇳물로도 이익이 나지 않는 상황이 온 것이다. 고급 고철(스크랩)을 써야하는 열연용 전기로 특성상 도저히 수익을 맞출 수가 없었다. 결국 1조원 넘는 투자비를 들였지만 생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하지만 국내에선 쓸모없는 이 전기로가 이란 등 중동지역에선 새 주인을 찾을 수도 있다. 글로벌 제재의 빗장이 풀린 이란은 특히 전기 등 인프라 시설 확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와 파이넥스 제철소 수입 협상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에너지 비용이 워낙 낮은 이란 입장에서, 이미 완성된 전기로를 설치하는 것은 수익이 날수도 있는 장사라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당진공장에 열연용 전기로를 방치할 경우 고철이 될 가능성이 많지만 이를 떼다 팔 경우 동부제철 구조조정에 숨통의 틔일 수 있다”며 “동부제철 자산의 장부가를 낮춰놨기 때문에 매각협상이 가능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기로가 팔리더라도 동부제철 본체 격인 당진공장 매각 작업은 경영정상화를 거쳐 올해 하반기 이후에나 재시도하겠나는 게 채권단 입장이다.
한편 설비가 노후된 인천공장은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적절한 매수희망자를 찾지 못할 경우 공장 설비 등을 모두 정리한 후 나대지인 부지를 매각하는 청산 작업에 돌입하는 방안을 산업은행은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동부제철은 지속된 영업손실로 2014년 10월 자율협약(채권단공동관리)에 들어간 데 이어 지난해 1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무상감자로 최대주주가 김 회장에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 전환됐다. 동부제철이 이후 경영 악화로 지난해 10월 다음 구조조정 단계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하면서 채권단은 제3자 유상증자 방식을 통한 동부제철 시장 매각에 착수했다. 하지만 올해 1월 29일 실시한 인수의향서(LOI) 접수마감까지 신청자가 전무하면서 1차 매각은 불발됐다.
동부제철은 지난해말 기준 자본금이 50% 이상 잠식된 것으로 시장에 알려지면서 지난달 16일 코스피 시장에서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산업은행은 동부제철의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최근 채권단에 채권단 주식의 4분의 1 감자와 2000억원 유상증자(출자전환) 방안을 부의했다. 다음주 안으로 감자와 출자전환 방안이 채권단에서 의결되면 채권단 지분은 기준 51%에서 90%가량으로 증가하고 주가는 현행 25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라간다.
[전범주 기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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