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가 심심하다는 편견을 깨 주마.’
1일(현지 시각)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2016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가 개막했다. 올해 제네바 모터쇼는 ‘친환경차 대중화’의 선포식 현장같은 분위기다. 지금까지 친환경차는 몸(환경)에는 좋지만 맛(기능)은 떨어지는 ‘건강식’ 같은 이미지였다. 올해 모터쇼 출품 차량들은 친환경차량이 자동차 본연의 주행기능에서 얼마나 매혹적으로 진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번 충전으로 2000km를 가고 출력이 1000마력이 넘는 전기차까지 등장했다.
지난달 친환경 전용모델 ‘아이오닉’ 하이브리드(HEV)를 국내 출시한 현대차는 이번 모터쇼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오 전기차(EV) 모델을 공개하며 아이오닉 ‘3종 라인업’을 완성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30.0kgf·m의 동력성능을 자랑한다.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169km(유럽기준 250km)로 국산 전기차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고속도는 165km/h까지 나온다. 아이오닉 PHEV는 순수 전기차 모드로만 50km(유럽기준)를 달릴 수 있다.
기아차는 하이브리드 기반의 소형 SUV ‘니로’를 데뷔시켰다. 니로는 SUV의 실용성, 하이브리드의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결합한 기대주다.
독일, 일본 등 자동차 산업 선진국 메이커들은 친환경차에 럭셔리 컨셉을 접목했다. BMW는 i퍼포먼스를 이번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기존 i3, i8 등 친환경차 라인업에 적용됐던 전기모터, 배터리 셀, 전자제어 시스템 등의 노하우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전반으로 확장한 것이다. 이번에 공개한 i퍼포먼스는 740e, 740Le, 740Le xDrive 등 3종으로 BMW의 플래그십 세단(브랜드 대표 세단)인 7시리즈와 친환경차의 결합이라는 의미가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의 스페셜 에디션인 ‘프로토닉 레드 에디션’도 최초로 선보였다.
렉서스는 하이브리드 럭셔리 쿠페 ‘LC500h’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LC500h는 렉서스 플래그십 쿠페로 연비와 정숙성을 동시에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일본 업체 혼다는 세계 최초 세단형 연료전지차인 ‘클래리티 퓨어 셀’을 유럽 시장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최대 700km 주행이 가능하며 세단형 연료전지차 최초로 5명이 탑승 가능한 승차 공간을 구현했다.
주행 기능의 괄목할 진보는 오히려 글로벌 변방 업체들이 주도했다. 중국의 자동차 메이커 테크룰스(Techrules)는 터빈으로 재충전하는 방식의 전기차 AT96을 공개했다. 바이오가스 80리터로 2000km 주행이 가능하다. 또 80리터의 수소연료로 2000km를 가는 콘셉트카 GT96도 공개했다. 두 차량의 최고출력은 1030마력에 달한다. 크로아티아 브랜드 리막은 양산형 전기차 콘셉트원을 선보였다. 4개의 독립된 전기 모터를 이용하며 최고출력은 1088마력이다. 현장에서 만난 모터쇼 관계자는 “전통적 차량 제조 기술과 완전 다른 공식이 적용되는 미래 자동차 경쟁에서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라이징 스타(Rising star)들이 많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친환경적이면서도 주행력이 대폭 향상된 자동차들을 대거 내놓은 이유는 최근 저유가 상황과 관련이 깊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일본·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지난해 하이브리드카 판매는 139만4295대로 전년(149만7488대)대비 7% 가량 줄었다. 저유가 기조 지속으로 친환경차의 장점이었던 ‘연비’의 매력이 떨어진 것이다. 반면 각국 정부의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재는 해가 갈수록 심해져 자동차 메이커들은 환경성과 고성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입장이 됐다.
[제네바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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