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 위협이 되는 살인 로봇(killer robot) 개발을 규제해야 한다.”
지난 20~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인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과학자들이 살인 로봇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다보스포럼에서 살인 로봇을 주제로 한 토론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과학자들은 각국 정부가 살인 로봇의 위험을 인식하고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세계경제포럼은 다보스포럼을 앞두고 발간한 ‘2016 세계 위험 보고서’에서 살인 로봇을 지목해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기존 전쟁의 규칙을 뒤흔들 것”이라고 명시했다.
살인 로봇은 강력한 인공지능(AI)이 탑재된 군사용 로봇으로 정의할 수 있다. 1984년 개봉한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한 살인 로봇인 터미네이터는 목표를 암살하라는 명령을 일말의 주저없이 수행한다. 양심의 가책도 신체적인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로봇은 효율적인 임무수행이 가능하다. 각국은 군인을 대신해 전장에 투입할 로봇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미국 UC버클리 컴퓨터공학 스튜어트 러셀 교수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며 “각국 주요 관계자들이 향후 2년 내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너무 늦어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조종하는 무인기(드론)만이 아니라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표적을 지정해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무기를 규제해아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앙겔라 카네 전 UN군축 독일 고위대표는 “일부 선진국들이 로봇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며 “치명적인 기술로부터 인류를 보호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AI국제공동컨퍼런스에 참석한 AI분야 전문가 1000여명은 ‘삶의 미래 연구소(FLI)’ 명의로 킬러 로봇의 금지와 개발 규제를 요구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킬러 로봇은 핵무기 보다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FLI 과학자문위원회 소속인 스티븐 호킹 박사와 일런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 창업자 등도 서명에 동참했다. 이들은 킬러 로봇에서 촉발된 군비경쟁이 화약과 핵무기의 뒤를 이은 ‘제 3의 전쟁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호킹 박사는 “군용 AI 군비경쟁을 벌여선 안된다”며 “(살인 로봇 등) 자동화 무기의 생산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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