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으로 분류되는 퇴행성 신경계 질환인 ‘파킨슨 질환’ 의 치료 성패는 독성단백 물질인 ‘알파시누클린’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달려있다. 알파시누클린이 뇌 세포 사이를 넘나들며 퍼지면 신경세포가 퇴행하고 사멸하기 때문이다.
이런 알파시누클린의 확장 현상을 막는 방법과 어떤 원리로 억제현상이 일어나는지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처음으로 밝혀졌다. 즉, 환자에게 발생한 파킨슨 질환이 뇌 속에서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고안됐다.
파킨슨 질환은 현재 우리나라 인구 중 8~9만여명이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급격한 노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이필휴 교수팀은 알파시누클린 단백질로 발생한 파킨슨 질환 모델에서 중간엽 줄기세포를 주입하면 세포사이 전달이 억제되고 나아가 뇌의 한 부위에서 다른 부위로의 이동이 억제되어 신경보호 효과 및 행동 개선 효과가 있음을 확인한 논문을 발표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파킨슨 질환을 겪는 쥐들을 대조군과 실험군으로 분류해 사람의 골수에서 채취한 중간엽 줄기세포를 주입했다. 동물실험과 세포실험 결과, 중간엽 줄기세포를 주입한 실험군에서 파킨슨 질환의 억제현상이 일어났음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중간엽 줄기세포 자체에서 분비되는 ‘갈렉틴-1(Galectin-1)’이라는 물질이 NMDA 수용체를 통한 알파시누클린의 세포간 이동 및 전파를 억제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아직까지 신경계 퇴행 억제를 통해 파킨슨 질환의 악화를 지연시킬 수 있는 약제는 전무하다. NMDA 수용체는 현재 항경련제나 치매등의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파킨슨 질환의 자연적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는 조절 약제로의 가능성이 있기에 향후 임상적 활용도 및 중요성이 매우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필휴 교수는 “난치성 파킨슨 질환에서 중간엽 줄기세포의 신경보호 효과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기존 임상결과(2012년 발표)의 기전을 설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부족한 도파민을 주입해주는 수준에 그치는 현실을 뛰어 넘어 근본적으로 확산을 막는 중간엽 줄기세포의 실질적 임상적용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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