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보지 않고 손으로 만져서 시간을 알 수 있는 시계가 있다. 한국 기업 이원(Eone)이 개발한 브래들리 타임피스(Bradley timepiece)라는 시각장애인용 손목시계다. 이 시계는 전 세계 많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선풍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그것의 가장 큰 이유는 ‘아무도 몰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이 시계만의 특징이자 강점 때문이다.
브래들리 타임피스에는 시침과 분침이 없다. 대신 시와 분을 나타내주는 구슬 두 개가 시계 안에 있는 ‘스위스 무브먼트(Swiss Movement)’를 따라 움직인다. ‘시’를 알려주는 구슬은 시계의 옆면을, ‘분’을 나타내는 구슬은 시계의 앞면을 돈다. 따라서 손끝으로 구슬의 위치를 찾아 시간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음성으로 시간을 알려주는 기존 시각장애인용 손목시계에는 몇 가지 핸디캡이 있다. 시간이 궁금해 버튼을 누르면 “지금은 몇 시 몇 분입니다”라고 말해주는 탓에 공공장소에서는 마음 편히 사용하기 힘들다. 또 반대로 소음이 많은 곳에서는 음성이 잘 들리지 않을 때가 있어 시각장애인들은 많은 불편을 겪어왔다.
이원의 창업자 김형수 대표는 “대학원 재학 시절 시각장애인이던 친구가 늘 제게 시간을 물었다”라며 “음성 시계를 사용하면 자신이 시계를 보고 있다는 걸 떠들썩하게 알리는 것 같다며 싫어했다”라고 이 시계를 고안하게 된 일화를 설명했다.
시각장애인들에게 필요한 시계는 ‘편리한 시계’가 아니었다. 시각장애인들이 정말 원한 시계는 ‘차별화하지 않은 시계’였다. 이원이 브래들리 개발과정에서 만난 시각장애인들 역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구분 짓지 않는 시계”라고 언급했다. 이에 이원은 장애인용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차별화를 최대한 줄인 디자인을 고려해 이 시계를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그런 이유에서 인지 최근 들어 이 시계는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이원의 관계자는 브래들리는 일반 손목시계 형태를 가지고 있어 비장애인들도 패션 소품으로 자주 찾는다고 전했다.
장애인들에게 진정 필요한 편의는 ‘마음의 편의’다. 시간을 쉽게 알려주겠다던 ‘소리’는 오히려 그들의 마음에 불편을 만들었다. 그런 점에 있어 브래들리 타임피스가 남긴 의미는 다른 것보다도 시각장애인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준 진정한 편의라는 데에 있다.
[디지털뉴스국 김수민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