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업에서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부진한 것은 글로벌기업으로의 성장 사다리가 끊긴 산업 생태계 영향도 크다.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달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중견기업의 중소기업 회귀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217개 기업이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성장을 통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을 거쳐 글로벌기업으로 커갈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국내에서 중소기업은 다양한 정책을 통해 보호와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중견기업으로 올라서는 순간 중소기업에서 받던 각종 지원들은 모두 사라진다. 2013년 정부가 조사한 중견기업의 성장걸림돌 규제는 모두 83개에 달한다. 중소기업청은 지난 6월 ‘제 1차 중견기업 성장촉진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중견기업을 2019년까지 5000개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아직 현장에서 체감하기는 어렵다.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중견기업에 특화된 정부지원책을 마련해놓고 있지만 한국에서 중견기업 지원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프랑스는 2008년부터 중견기업 기준을 확립하고 연구개발비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등 세금 및 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신흥 중견기업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제품 판로지원법 개정안 등 지원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채 발이 묶여 있다.
중소기업으로 되돌아가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으로 인해 글로벌 강소기업인 히든챔피언을 육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 ▲세계시장 점유율 3위 이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 2% 이상 ▲수출 비중 20% 이상 ▲독자적 성장기반 등 정부가 새로 기준을 정립한 이른바 ‘한국형 히든챔피언’의 숫자는 63개사에 불과하다. 독일의 경우 한국보다 국내총생산(GDP)는 세 배 많지만 히든챔피언의 숫자는 1307개사로 20배가 넘는다.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되어야할 벤처기업의 성장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지난 해 기준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벤처기업 숫자는 전체 7만5000여개 중 단 0.6%인 460개에 그쳤다. 전년도 조사보다 불과 7개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가 시작된 2004년 이래 가장 낮은 증가세다. 대기업의 국내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데 이어 벤처기업들의 창업과 성장세마저 꺾인 다면 신성장동력을 훨씬 더 요원해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박경식 미래전략정책연구원 원장은 “기존 산업이 쇠퇴기에 진입함에 따라 미래시장, 미래산업을 조기에 발굴하도록 미래유망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벤처기업의 성장을 위해 투자제도를 강화하고 기업들이 시장에서 투자금을 수시로 모집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영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