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계동에 사는 40대 직장인 최모씨는 월급 400만원중 대부분을 생활비, 대출 원리금 상환, 딸 학원비, 부모님 용돈 등에 쓰고 있다. 최씨가 본인의 노후 생활을 위해 준비한 것은 1억원 가깝게 대출해 집을 장만하고 의료실비보험과 개인연금(월35만원)에 가입한게 전부다. 생활이 빠듯한 그는 노후에 얼마나 돈이 들까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단지 하나뿐인 집을 처분하면 늙어서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며 이에 대해 아내와 상의를 해 본 적도 없다. 돈 외에 은퇴후 건강이나 여가 활동은 아직 그에게는 먼 이야기일 뿐이다.
아직 은퇴하지 않은 사람 10명중 7명은 은퇴후 필요한 소득이 얼마인지 계산해 본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노후 준비보다 자녀를 우선 지원하겠다고 답한 이들도 70%에 달했다.
25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은퇴에 관한 부부의 일곱가지 실수’라는 은퇴리포트를 내놨다. 이 연구소가 지난 2014년 서울 및 5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25~74세 비은퇴 가구 대표자 17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67.4%가 은퇴후 필요한 소득에 대해 계산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홀로 남을 배우자의 노후생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대답한 비율도 각 연령대 별로 20% 정도에 불과했다.
윤성은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연구원은 “필요금액을 모르는 상태에서 막연하게 저축하는 경우 노후준비가 허술해지기 쉽다”며 “2013년 기준 여성의 기대수명은 남성보다 6년 6개월 긴 상황에서 홀로 남을 배우자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부부가 함께 투자나 재산관리를 하는 비율도 49.7%에 불과했다. 특히 생활비 지출에 대한 결정은 아내(63.3%)가 관리하는 등 부부중 한 사람만 재무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실제로 돈에 관한 대화가 많은 부부가 금융상품, 부동산, 개인연금, 종신보험 보유율이 높아 노후준비에 앞서가고 있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특히 노후준비 보다 자녀지원을 우선시 하는 부부들이 많았다. 자녀가 있는 응답자중 66.5%가 ‘노후준비가 어렵더라도 자녀를 우선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윤 연구원은 “중간 소득계층의 경우 자녀교육비 지출이 노후자금으로 사용될 자산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집단이기 때문에 교육비 지출과 노후저축 사이에 반드시 적정선을 두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재무적인 준비가 잘 돼 있는 사람들도 건강, 여가활동, 인적관계 등 비재무적 측면의 은퇴준비 수준은 부족하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또 은퇴 후 삶에 대한 부부간 대화를 하는 부부는 10쌍중 3쌍 미만이었으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증여 및 상속 준비에 대한 의사결정을 해두지 않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윤성은 연구원은 “부부의 은퇴설계 안에 상속설계와 생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의료적 의사결정을 함께 포함시켜야 본인 또는 배우자 유고시 남은 가족원들의 혼란과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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