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감귤 산지인 제주지역발 감귤 가격 하락세가 심상찮다. 연일 내리는 비로 인해 품질이 나빠지고 있는 탓이다. 사과, 배, 단감 등 다른 과일이 ‘풍년의 역설’ 현상으로 올해 출하량이 대폭 늘면서 가격이 내려간 것과 달리 제주 감귤은 낮은 품질로 인한 가격 하락 문제로 이어지고 있어 농가 수익에도 비상이 걸렸다.
23일 업계와 제주도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제주도에서 올해 노지감귤 출하가 본격 시작됐지만 가격이 연일 하락세를 띠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감귤출하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10㎏ 단위 노지감귤 도매가격은 전국 평균 1만2900원이었지만 지난 20일 9600원으로 뚝 떨어졌다. 비록 지난 21일 1만700원과 23일 1만1400원으로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이달 초부터 이어진 1만2000원대가 무너진 상태다. 특히 지난해 11월 20일 1만1200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 같은 시기에는 무려 15% 가까이 가격이 떨어졌다.
무엇보다 농가 수익의 심리적 안정 가격 하한선인 20㎏ 도매가격 1만원대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에서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의 경우 전국 도매가격 평균은 본격 출하기인 11월 6일 이후 단 한 번도 1만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지만 올해는 11월 19일과 20일 이틀 연속으로 9000원대를 기록했다. 23일에도 전국 평균은 1만원을 웃돌았지만 경기도 구리 도매시장과 서울 강서 도매장 등은 여전히 9000원대 노지감귤 도매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산 노지감귤 가격 하락세가 뚜렷해진 건 11월 제주지역 기후와 관련이 깊다. 11월 들어 잠깐 소강상태를 보인 사나흘 간을 제외하면 연일 비가 계속 내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1일 시작된 제주지역 비는 지난 20일까지 10일 이상 계속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까지 내린 강우량은 제주시 112.8㎜, 서귀포시 190㎜ 등이다. 특히 감귤 주산지인 서귀포시에서는 지난 13일 112.7㎜의 기록적인 비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같은 ‘가을장마’는 노지감귤에겐 최대 적으로 꼽힌다. 제주도청 감귤특작과 관계자는 “노지감귤은 하루 비가 오더라도 몇일간 물방울을 제거하고 말린 다음 수확해야 저장고에 옮겨 보관할 수 있는데, 연일 비가 계속 되다보니 수확 환경이 급격히 나빠졌다”며 “습도가 높은 상황에서는 곰팡이 발생 확률이 높아 빨리 익는 급조생·조생감귤 등이 쉽게 부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농가에서는 상품성이 떨어지거나 덜 익은 감귤을 수확한 뒤 강제 착색을 거쳐 선과(과일선별)장에 내놓는 탓에 소비자들 신뢰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이달 초 제주지역 감귤 작목반은 사상 처음으로 ‘감귤반상회’를 열기도 했다. 이 모임에서는 농가별로 강제착색 등을 자제하고 선과장에 내놓는 감귤도 최상급으로만 유지하기로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측도 비상품 감귤의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별도로 단속반을 구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제주도 측은 “내년 2월까지 제주산 노지감귤 총 출하 예상량은 54만여t으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날씨 변수가 있는 만큼 비상품 감귤의 유통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가격 안정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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