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창뮤직이 차세대 음원 반도체칩을 넣은 디지털 피아노와 전문가용 전자피아노인 신디사이저 ‘포르테SE’를 이달 중으로 선보인다.
디지털피아노의 두뇌역할을 하는 CPU프로세서(레나 반도체칩)를 넣은 이 디지털 피아노는 영창뮤직이 지난 5년간 200억원 이상을 투입해 개발한 야심작이다. 종전 피아노에 비해 소리가 훨씬 정교하면서도 무게가 가볍고 대용량의 음원을 끊기지 않고 재생되는 것이 장점이다. 기존에 쓰던 칩(마라칩)은 디지털피아노 내부에 2개를 장착해야 했지만 이제는 칩 1개만으로 그 이상의 성능을 낼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이번에 영창뮤직이 선보인 디지털 피아노와 신디사이저는 최첨단 차세대 음원 반도체를 장착한 만큼 저장용량도 16기가바이트로 대폭 늘렸다. 일본에서 생산되는 유명 디지털피아노인 코르그 조차 1기가급 제품을 상용화하는데 실패했다는 점을 보면 영창뮤직의 디지털 악기 기술이 어느정도 수준인 지를 짐작할 수 있다.
디지털 피아노는 그랜드 피아노의 소리를 녹음한 후 음원을 옮겨와 재생하는 방식으로 소리를 낸다. 가령 디지털 피아노에서 ‘도’ 건반을 쳤을 때 그랜드 피아노에서 녹음한 ‘도‘ 음을 울리는 식으로 작동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랜드피아노의 선명한 음색 그대로 가져와 정교하게 재생해야 하다 보니 음원 크기가 테라바이트급으로 매우 크다는 것. 디지털 피아노에 음원을 탑재할 때 음원을 압축해서 넣어야 한다. 용량이 크면 처리시간이 길어져 건반을 칠 때와 실제 소리가 날 때가 다른 ’엇박자‘가 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기술적인 문제로 기껏해야 128메가바이트(Mb) 크기의 음원만을 재생할 수 있었는데 압축을 많이 하면 음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영창뮤직은 업계 최초로 저장용량을 16기가로 대폭 늘렸음에도 사용자는 실시간으로 악기를 연주하더라도 맑고 선명한 소리가 끊기지 않고 연주할 수 있다.
영창뮤직 전자악기 생산물량은 기존 어쿠스틱 피아노(현을 때려 소리를 내는 일반 피아노) 비중을 한참 앞섰다. 영창뮤직은 어쿠스틱 피아노는 월 280대 가량을 생산하지만 디지털 피아노는 월 2000대를 만든다. 국내 내수시장 매출만 보더라도 전자악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57% 수준인 반면 일반 피아노 매출은 23%(나머지 20%는 비 피아노부문)에 불과하다. 시대 변화에 따라 피아노 공장 모습도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임양규 영창뮤직 기술연구소장은 “디지털피아노의 장점은 우수한 음질을 내면서도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가격도 어쿠스틱 피아노의 30% 수준(보급형 기준)에 불과하다”고 장점을 밝혔다. 이어 임 소장은 “스마트폰과 연동해 연주한 곡을 녹음할 수도 있고 야간에도 헤드셋을 끼고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영창뮤직은 지난 1990년 디지털악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미국의 커즈와일연구소(Kurzwell)를 인수하며 날개를 달았다. 커즈와일연구소는 1982년 설립된 미국의 전자악기 전문기업으로 디지털사운드 및 음향 관련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춰서 미국의 유명가수 스티비원더, 빌리조엘, 캐나다의 저스틴비버 등의 뮤지션들이 커즈와일 악기를 애용해왔다.
임 소장은“디지털 피아노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이 바로 음원반도체라는 것인데 디지털 악기 내에서 소리를 출력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음원반도체를 자체 개발하는 곳은 영창을 비롯해 일본의 야마하, 롤랜드, 코르그 등이 전부인데 이들이 만드는 제품이 곧 디지털 악기 4대 브랜드인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영창뮤직이 디지털악기 시장에 공을 들이는 곳은 단연 중국이다. 이 곳에서는 어쿠스틱 피아노가 여전히 인기지만 최근 점차 디지털피아노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향후에는 중국시장에 맞춤형 제품으로 승부할 계획이다. 기존에 인수한 커즈와일연구소 브랜드로 생산한 악기는 다소 비싸다는 것을 감안해 내년 초에 신규 디지털악기 브랜드를 선보여 대당 200만원대 보급형 모델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는 기존 제품보다 20~30% 저렴한 수준이다.
임 소장은 “어쿠스틱 제품을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어쿠스틱 피아노와 외형을 똑같이 만든 디지털 피아노를 출시하는 등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맞춤형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6년 현대산업개발은 영창뮤직 전신인 영창악기를 인수했으며 영창뮤직은 지난해 매출액 590억원을 올렸다.
[인천 =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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