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직전이었던 대우조선해양이 4조원 이상의 자금을 긴급 수혈받아 일단 숨통을 트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대규모 구조조정을 비롯해 부실 사태 책임 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29일 금융권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 안팎에 이르는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같은 지원은 올해 4000%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을 내년 말 500% 이하로 떨어뜨려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원 전제 조건인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에 따라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 대우조선 노조는 앞서 채권단에 자산매각, 대규모 인력감축, 임금동결, 파업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노조 동의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은 물론 권고사직도 해야 할 형편에 놓였다. 실제로 대우조선은 현재 20년 이상 사무직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며, 이달 초부터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고사직 절차도 밟고 있어 1만명 가까운 인원 감축이 예상된다.
대우조선 한 관계자는 “채권단 지원이 없으면 당장 월급지급도 어려운 상황이라 구조조정 칼날을 피할 순 없다”면서도 “하지만 노조가 파업권을 포기했기 때문에 본사 직원 뿐 아니라 현장 직원들까지 전 직원으로 구조조정이 확대돼도 문제삼을 수 없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칼날도 피할 수 없다. 4조원이 넘는 국민혈세가 투입되는 지원책이 만큼 지금의 부실을 야기한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일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미 사회적으로도 대우조선의 부실 사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분식회계 논란과 경영진의 부실관리 등의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작업이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노조는 현재 남상태(64), 고재호(59)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에 대한 형사고발을 추진 중이며, 채권단도 전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 혐의가 확인될 경우 형사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경영진들의 무리한 경영활동과 취약한 경영관리가 대우조선해양 부실의 원인이었다고 보고 전 경영진에 대해 검찰고발 등의 형사조치를 취하고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영진의 방만 경영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대우조선의 전임 경영진은 연임을 위해 재임 기간에 발생한 부실을 제때 회계에 반영하지 않는 등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다.
또 2004년 이후 특별한 역할이 없는 고문·자문역을 선임해 총 100억 원가량의 급여를 지급하는 등 방만하게 경영해온 사실들이 드러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조선 부실 사태 원인은 결국 경영진들이 실적은 부풀리고 부실은 숨겼기 때문”이라며 “‘주인 없는 회사’의 전형적인 특성으로 방만하고 무책임한 경영활동을 노조 등이 직접 감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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