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암학회(ACS)가 여성들에게 유방암 첫 검진 시기를 40세에서 45세로 5년 늦추고, 55세부터는 2년에 한번만 유방암 검진을 받아도 된다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지난 21일 발표했다. ACS는 “X선을 이용한 유방조영술 검진이 효과적이지 못해 암을 유발하는 악성 종양을 발견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며 “일찍부터 유방암 검진을 하거나 해마다 검진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ACS의 이같은 조치는 45세 미만 여성은 유방조직이 단단해 촬영결과로는 종양을 찾아내기 어렵고, 음성이어야 할 진단 결과가 양성으로 둔갑할 확률(긍정오류)이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올해 8월 미국의학협회저널(JAMA) 종양학에 실린 논문에서도 지난 20년간 유방암 초기 단계인 유방암 0기(유방 상피내암) 진단을 받은 환자 사망률을 살폈더니 3.3%에 불과했고, 유방을 그대로 둔 채 암만 제거하는‘유방종괴절제술’이 생명연장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며 조기 검진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 바있다.
하지만 학회마다 유방암 검진 가이드라인은 천차만별이다. 미국 대학산부인과학회(ACO)는 40세, 미국 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는 50세를 유방암 첫 검진 나이로 권장하고 있다. 영국은 여성에게 47세부터 3년마다, 캐나다는 50세부터 2년마다 유방암 검사를 하라고 권장한다. 유방암 검진대상 연령층 여성들은 혼란스럽기만하다.
이와 관련해 유방영상의학 전문가인 미국 클리브랜드 클리닉 로라 세퍼드슨 박사는“미국 암학회의 권고는 어디까지나 유방암 노출위험이 평균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가족력이 있고 유방암 발병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는 여성은 30세부터 매년 유방조영술과 MRI촬영을 통해 유방암검진을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유방암 발병 가능성이 높은 여성은 본인이 BRCA1 또는 BRCA2 유전자변이가 있거나 직계가족(엄마,딸, 형제자매)중 BRCA1 또는 BRCA2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는 경우, 본인이 10~30세 때 유방부위에 방사선 노출이 있던 경우, 직계가족중 유방암을 비롯한 다른 암에 걸린 경우가 해당된다. 세퍼드슨 박사는 “의사와 상담을 통해 유방암 발병가능성이 어느 정도 되는지 먼저 파악을 하고, 유방암 검진 득실을 따져 유방암 검진 시작연령과 횟수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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