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名品)’. 문자 그대로 해석해보면 이름이 난 물건이라는 뜻이다. 이름이 난다는 것은 그만큼 그 해당 분야에서 어느 정도 반열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명품이라고 말했을 때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브랜드들은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알렸을까. 먼저 오랜 시간을 투자해 꾸준히 한 분야에만 매진해온 결과가 현재의 ‘명품 브랜드’로 나타난 경우가 많다. 한가지 분야를 오랜 기간 포기하지 않고 깊게 파고드는 것은 말이 쉽지 그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다. 몇십년만 되도 대단한데, 우리가 명품브랜드라고 부르는 곳 중 수백년의 시간을 켜켜이 쌓아 역사를 만든 경우가 꽤 있다. 보석과 시계로 유명한 까르띠에는 1847년 프랑스에서 태동한 브랜드다. 창업주인 루이 프랑수와 까르띠에는 서른이 채 되지 않은 나이에 스승이었던 보석 세공자 아돌프 피카르의 아뜰리에를 인수했고, 이것이 ‘메종 까르띠에’의 시작이었다. 귀족들이 유난히도 좋아한 화려한 고급 보석을 만드는 데 재주가 있던 루이 까르띠에는 1850년대 말 프랑스 왕실의 공식 쥬얼리 납품업체가 되면서 이름을 드높였다. 루이 까르띠에의 세 아들이 이어나간 보석브랜드 까르띠에는 1902년 시계 제작을 시작하면서 영역을 확대했다. 결국 까르띠에는 쥬얼리 분야에선 168년, 시계 분야에선 113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여성들이 결혼할 때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고 하는 브랜드, ‘티파니(정식 이름은 티파니앤코)’는 다소 엉뚱하게도 1837년 찰스 루이스 티파니가 미국 뉴욕 맨해튼에 문구류와 팬시상품을 판매하는 샵을 연 것이 시초가 됐다. 이후 도자기, 실버 등 세공으로 분야를 넓혀 본격적인 브랜드를 설립, 보석 분야에 본격 뛰어든건 1853년으로 기록된다. 최고의 원석을 발굴하고 매입한 후 디자이너와 보석 전문가의 감각을 입힌 제품을 내놓기 시작한 티파니앤코는 미국 브랜드로 유럽에서도 인정받는 몇 안되는 브랜드로 떠올랐다. 첫 시작은 보석이 아니었지만 ‘디자인’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창업자의 철학이 178년 티파니의 이름을 유지시킨 근간이 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쥬얼리에서 이름을 알린 티파니는 2008년 스와치그룹과 시계 사업 관련 제휴를 맺으면서 시계 분야에 뛰어들었고, 이후 스와치그룹과 별도로 시계를 개발, 디자인을 하고 있는데 특유의 아름다운 디자인 철학을 유지하며 또 한번 ‘이름을 알리는’ 중이다.
이처럼 오랜 역사의 브랜드가 시간을 통해 쌓아온 경험과 각종 기술을 통해 ‘이름을 드높이는’ 명품이 되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 단숨에 성장, 명품이 된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론 시계 메이커 위블로가 있다. 왠만한 유명 시계 브랜드의 역사가 100년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위블로는 올해 35년의 짧은 역사를 가졌다. 하지만 위블로에 대한 시계 마니아들의 애정과 기업의 성장세는 시간을 초월한다. 다른 시계 메이커가 실현시키지 못했던 파격적 시도가 짧은 역사의 위블로를 명품으로 만들었다는 데 많은 이들이 입을 모으는데, 바로 고무와 티타늄 등의 소재의 사용이다. 시계의 브레이슬릿은 악어가죽이나 금과 같은 전통의 고급소재를 써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린 것. 이를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풀어내면서 위블로의 빅뱅과 같은 모델이 ‘신세대 부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최상위급 부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보석 브랜드’인 영국의 그라프 역시 유럽의 명망있는 보석 하우스에 비해 턱없이 짧은 55년 역사를 갖고 있지만, 그 어떤 브랜드보다 고가의 보석을 판매하며 슈퍼리치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아르노 바스티엥 그라프 아시아 총괄 사장은 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핸드백이나 기타 잡화까지 함께 판매하는 다른 쥬얼리 브랜드와 달리 오로지 보석에만 집중하는 것이 그라프의 성공 비결이죠. 대중이 아닌 소수만을 겨냥한 사업전략도 빠른 성장의 이유입니다. 소수의 슈퍼리치를 겨냥하다보니 원석채굴부터 가공, 판매까지 모두 브랜드에서 담당할 수 있고, 가격은 높아졌지만 똑같은 것이 없는 ‘단 하나뿐인 나의 쥬얼리’를 원하는 슈퍼리치들에겐 오히려 환호를 받았습니다.” 그야말로 초강력한 선택과 집중이 짧은 역사의 브랜드를 세계 최고 브랜드의 자리에 올려놓았다는 얘기다.
이름을 드높이려면 두가지 중 하나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꾸준히 묵묵하게 한 분야에 매진하며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어가거나, 남들과 다른 방식을 과감히 실천해 짧은 역사를 극복할 정도의 혁신을 만들어내거나. 최근 한국 브랜드 중에서 두번째 움직임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70년의 역사를 가진 화장품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이 ‘쿠션’‘부스팅에센스’‘한방화장품’ 등의 카테고리를 개척하며 세계적 반열에 오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결국 ‘Best of Best’가 되는 길은 노력과 혁신의 결합이다.
[특별취재팀 = 박인혜기자(팀장) / 조성호 기자 /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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