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홈쇼핑업계가 불황 타개책으로 패션 상품군 강화에 나서고 있다.
패션 상품은 다른 상품군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좋은데다 패션 성수기인 가을겨울(FW)시즌도 앞두고 있어 주요 홈쇼핑 업체의 패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CJ오쇼핑은 지난 6일 SK네트웍스와 손잡고 다양한 패션 상품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SK네트웍스는 타미힐피거, 아메리칸이글, DKNY, 클럽모나코, 캘빈클라인 플래티늄 등 수입 브랜드를 비롯해 국내 여성복과 남성복 브랜드를 운영하는 대형 패션업체다. 그동안 자체 온라인몰과 백화점 등에서만 제품을 판매해왔을 뿐 TV홈쇼핑 판매는 하지 않다가, 지난달 말 CJ오쇼핑을 통해 처음 뉴욕 하이엔드 브랜드 Y&Kei(와이앤케이)를 론칭했다.
최윤정 CJ오쇼핑 트렌드사업부장은 “당시 와이앤케이는 목표가보다 20% 높은 초과 매출을 기록했다”며 “SK네트웍스와의 협업으로 3~4년 내 패션 상품군에서 1000억원대 신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CJ오쇼핑은 지난달 뉴욕 패션 브랜드 ‘베라 왕’과 아시아 최초로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 의류잡화 브랜드 ‘브이 더블유 베라왕’을 론칭했다. 올 하반기 론칭을 준비 중인 신규 브랜드 수는 역대 최대 규모인 30여개다. CJ오쇼핑은 기존 인기 브랜드 위주의 판매에서 벗어나 캐주얼·트렌디·클래식·프리미엄·SPA 등 패션 카테고리를 세분화해 마케팅과 협업을 진행하고 액세서리와 가방 등 패션 잡화 상품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GS샵 역시 올해 초 미국 디자이너 안나수이와 손잡고 란제리, 슈즈, 데님, 핸드백, 잡화 등을 론칭한 데 이어 이달 5일에는 한섬 출신의 안수현 디자이너와 손잡고 르네크루를 선보였다. 안 디자이너는 프라다, 보티첼리 등에서 유행을 넘어 높은 수준의 디자인을 구가한 디자이너로 평가받는다.
GS샵은 르네크루를 시작으로 하반기 30여개의 신규 브랜드를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에 아직 유통되지 않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부띠크 브랜드를 안방에 소개한다. 또 상반기 신세계 인터내셔널과 ‘에디티드’를 선보인 것과 같이 국내 톱 디자이너를 비롯해 내셔널 브랜드와의 공동 작업도 이어가기로 했다.
롯데홈쇼핑은 라이센스를 통해 해외 브랜드를 직접 들여오기로 했다. 지난달 27일부터 기획 특집 방송인 ‘패션 이즈 롯데(Fashion is LOTTE)’를 시작하고 총 30여개 브랜드, 50여개의 주력상품을 차례로 소개한다.
반면 현대홈쇼핑은 같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한섬과의 공동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섬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여성복 브랜드 ‘모덴’은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 2012년 한섬을 인수한 이후 선보이는 첫 브랜드로, 내년 FW 시즌엔 남성복 라인도 준비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또 현대백화점 입점 브랜드 위주로 패션 브랜드를 유치해 고급화 전략을 가져갈 방침이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현재 프리미엄 의류 판매는 10% 수준이지만 이를 40%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한섬과의 협업으로 홈쇼핑 패션의 프리미엄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홈쇼핑업계가 이처럼 패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패션 상품이 홈쇼핑 매출의 대표적인 효자 상품이기 때문이다. 홈쇼핑업체의 패션 상품 비중은 약 35%로 장기 불황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에도 꿋꿋하게 그 비중을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 부문은 식음료 등 타 업종에 비해 리스크가 적고, 해외업체나 유명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기존 브랜드 가치를 가져갈 수 있어 소비자 충성도도 높은 편”이라며 “시즌별 신규 브랜드 론칭 건수가 평균 10개인 반면 이번 FW시즌엔 업체별로 30여개의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고 있어 불황 타계를 위한 홈쇼핑사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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