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6일 ‘청년 일자리와 근로자 재산을 늘리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붙여 내놓은 2015년 세법 개정안의 초점은 구호 그대로 경기 활성화와 민생 지원에 맞춰져 있다. 두 가지 중에는 경제를 살리는 쪽에 무게가 더 실려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충격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편성한 상황이어서 예산과 함께 재정의 한 축인 세제도 경기부양 기조를 유지한 셈이다.
이번 개정안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경제 활성화를 지원하는 내용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악화하는 재정 건정성을 고려할 때 세수 확충 측면에서는 미흡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함께 나오고 있다.
◆ 일자리 창출에 세금 혜택…건전한 소비 적극 지원
현재 우리나라 경제 여건은 상당히 좋지 않다.
수출은 7개월째 감소세이고, 메르스 충격으로 소비가 급감해 경제 성장률은 5분기째 0%대를 기록했다.
경제 활력 강화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주형환 기재부 1차관은 이번 세법 개정안에 대해 “경제활력 강화에 가장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와 관련해 내년부터 시행될 정년 연장으로 우려되는 청년 고용절벽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많은 세제상 지원을 하고 소비를 활성화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했다.
기재부는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 앞으로 3∼4년간 청년고용 절벽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임금피크제 등을 통한 노동시장 개혁과 더불어 청년 일자리 확충을 유도할 대대적인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청년고용 증대세제다.
이 제도는 청년 정규직 근로자 수가 전년보다 증가한 기업에 1인당 중소·중견기업에는 500만원, 대기업에는 250만원의 파격적인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올해부터 2017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되지만 청년고용 유발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것이 기재부의 예상이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이 제도 도입으로 3만5000명 이상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밖에 중소기업 창업 활성화로 청년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자녀가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창업자금에 대한 과세이연 범위를 확대하는 등 청년고용 증진 관련 세제 대책이 10가지에 이른다.
그만큼 청년 고용 절벽 해소 방안을 찾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는 얘기다.
메르스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소비 진작을 위한 대책들도 주목할 만하다.
기재부는 가계부채 문제 등을 고려해 건전한 소비를 많이 할수록 더 많은 세제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마련했다.
체크카드·현금영수증의 소득공제율을 50%로 1년간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소비유발 효과가 큰 신용카드를 공제율 인상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총 110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가 앞으로 우리 경제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또 대형 TV,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과 녹용 등에 대한 개별소비세(개소세)를 폐지하고 명품가방 등 고가 사치품에 대한 개소세 부과 기준을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렸다.
이는 5분기째 0%대를 기록한 우리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결국은 소비 침체에서 비롯됐다는 판단과 무관치 않다.
정부가 소비를 진작해 침체한 경기를 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 근로자·자영업자·농어민 지원 확대
근로자, 중소기업, 자영업자, 농어민 등 경제적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운 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자 한 것도 이번 세제 개편안의 골격을 이룬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이나 펀드에 대한 과세체계 개선 등은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를 유도하면서 개인재산이 불어날 수 있도록 세제를 통해 돕겠다는 취지에서 설계된 것이다.
불안한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저축에 신경을 많이 쓰는 현실을 고려해 재산 형성을 지원하는 금융상품을 도입하거나 세제상 혜택을 주면 당장의 소비를 늘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들 제도는 금융시장 발전이라는 부가적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중소기업 지원에도 신경을 썼다.
무엇보다 인력 문제가 심각한 점을 고려해 한번 채용한 인력이 오랫동안 일할 수 있도록 세제로 지원키로 했다.
중소기업이 장기근무하는 핵심인력에게 지급하는 성과보상금(내일채움공제)에 대해 근로소득세를 50% 감면해 주기로 한 것이나, 중소기업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내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1인당 200만원의 세액공제를 적용하기로 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조치다.
자영업자와 농어민을 겨냥한 맞춤형 대책도 있다.
정부는 이들을 위해서는 기존의 세제 지원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접근했다.
음식점업의 어려운 경영 여건을 감안해 농수산물 의제매입 세액 공제한도 특례를 내년 말까지 연장하고 농어업용 석유류에 대해 2018년 말까지 부가세를 면제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음식업자가 탁·약주 등을 제조해 자신의 영업장에서 팔 수 있게 하는 ‘하우스 막걸리’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자영업자와 소비자 양측의 이익을 모두 고려한 조치로 볼 수 있다.
◆ 세수증대 효과 ‘연간 1조892억원’…세수부족 구조적 해결책으로는 ‘미흡’
정부는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의 세 부담을 덜어주고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 부담은 늘리는 방향으로 이번 세법 개정안을 설계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계층 및 부문별로 덜어주고 늘려서 전체적으로 확충되는 세수가 연간 약 1조89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세법 개정안이 차질없이 시행돼 안정화되는 것을 전제로 2020년 이후 예상되는 효과다.
그러나 세수 결손은 2012년 2조8000억원, 2013년 8조5000억원, 2014년 10조9000억원 등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지속됐고 올해도 지난해보다는 나아지겠지만 세수 결손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최소 3조원 이상의 세수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세수 결손 상황과 세제 개편에 따른 예상 효과를 감안하면 이번 세법 개정안이 세수 확충에 대한 충분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세수 확충 방안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내년 총선 등을 의식해서인지 논란 가능성이 있는 내용은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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