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섭 삼익악기 회장의 첫 직장은 대한항공이었다. 남자로서는 드물게 승무원(스튜어드) 출신이다. 당시 김 회장은 해외비행 때마다 세계 최고의 제품이 진열된 면세점을 보며 ‘여기에 제품 하나를 론칭하는 등 면세사업을 하면 세계시장에서 성공하는 사업가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40여년이 흐른 지금 김 회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면세점 운영권을 따낸 사업가가 됐다.
인천공항 DF11구역 사업자 발표가 난 20일 저녁 서울 논현동 삼익악기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김 회장은 벽에 걸린 대형 세계지도를 보며 자신감에 가득차 있었다. 그는 “세계적 허브공항인 인천을 시작으로 면세사업에 첫발을 내딛을 수 있게 됐다”며 “사업 40년만에 세계유통시장 전면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으로, 레인보우브릿지(무지개다리)와 같이 아름답게 세계로 뻗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삼익악기와 스페코(아스팔트플랜트·풍력발전업체)가 추진력을 만들어줬고, 40년동안 꿈만 꾼 면세사업에 이제 제대로 시동이 걸린 것”이라 설명했다.
화장품·향수 코너 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청사진도 꺼내놓았다. 핵심은 중국이다. 2016년 1월 면세점 시작과 함께 중국 내 500곳의 삼익악기 대리점에 화장품·향수 코너를 ‘숍인숍’ 형태로 만들어 본격적인 화장품 유통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중국에서 한류붐을 타고 한국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대도시가 아니면 여전히 한국화장품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며 “중국 전지역에 자리잡은 삼익악기 대리점을 활용한다면 확실한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소리에 아름다운 화장품을 더 한다’는 게 그의 전략이다. 악기대리점의 특성상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있어 한쪽 벽면을 화장품코너로 리모델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고 전혀 다른 제품이지만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면에서는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명 면세브랜드 외에 국내 중견·중소기업제품을 추가해 다양성도 확보할 방침이다. 김 회장은 “기존 화장품·향수 코너의 면세점에는 19개 업체가 있고, 이중 아모레퍼시픽과 엘지생활건강 등 단 2개업체만이 국내 기업인 실정”이라며 “우리 면세점코너에는 3~4개의 국내화장품 브랜드를 넣어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더 나아가 중국 본토에도 유통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국내 화장품업체들의 고민은 중국에서 대리점과 같은 판매처를 구하기가 힘든 점”이라며 “면세점과 악기대리점이 중국 공략을 위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국내 유통도 강화한다. 지난해말 600억원에 매입한 남대문시장 삼부토건 건물을 쇼핑몰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이 일대는 지하철 4호선 회현역에 맞닿은 입지로 신세계백화점 본점과도 가깝다. 김 회장은 “앞으로 시내면세점이 더욱 늘어나고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으로 본다”며 “오는 2019년 개장을 목표로 쇼핑몰을 만들고 향후 이곳에 시내면세점을 유치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삼익악기는 올해 중국을 중심으로 큰폭의 성장이 기대된다. 2010년 88억원수준이던 중국매출이 지난해 450억원을 거쳐 올해에는 7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증설된 인도네시아 공장에서는 피아노 생산량도 기존 3만대에서 6만대로 2배가량 성장했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고전했던 관계사 스페코도 러시아 중동 등 해외사업이 순항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간 중동에서 강점을 보인만큼 햅혁상이 타결된 이란시장에서도 선전을 기대케하고 있다.
김 회장은 “한국여자프로골프선수라면 국내 1위를 하기 위해 도전하는 선수는 없다고 본다”며 “국내 중소기업이지만 악기도 면세점사업도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보고 도전하는 만큼 10년 뒤 10배가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진영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