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서울 시청 앞 ‘더 플라자’ 호텔의 식당 가격파괴 실험이 통하고 있다.
올들어 빙수 신메뉴 가격을 가장 낮게는 8500원까지 내리는가 하면, 대개 10만원을 훌쩍 넘기는 일식 코스요리를 간소화해 한상차림으로 내는 교토식 가정요리 ‘오반자이’ 메뉴를 6만5000원대부터 출시한 것.
덕분에 메르스 등 각종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도 더 플라자의 카페와 레스토랑의 매출은 되레 늘었다. 호텔 내 베이커리 에릭케제르에서 8500원대 빙수를 판매하고, 로비라운지에서도 1만6000원이라는 타 호텔 대비 저렴한 빙수를 출시한 결과 빙수 매출은 작년에 비해 15% 증가했다. 더 플라자 관계자는 “에릭케제르의 빙수 가격은 일반 프랜차이즈 카페 가격보다 낮게 책정했고, 아무리 싸도 2만원대였던 특1급 호텔의 로비라운지 빙수가격도 최저 1만6000원, 최고 2만3000원대로 낮춘 전략이 통한 것 같다”면서 “메르스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작년보다 늘어났다는 게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여파로 호텔 식당가는 여전히 비상이지만 더 플라자의 일식당 무라사키가 이달 1일 내놓은 ‘오반자이’ 메뉴는 연일 ‘완판’행진을 벌이고 있다. ‘오반자이’는 일본 교토 지역에서 귀한 손님이 오면 대접하는 ‘한 상’ 음식이다. 통상 호텔 일식당에서 코스로 먹으면 10만원대가 훌쩍 넘지만, 오반자이 메뉴의 경우 6만5000원이다.
버섯밥 국 사시미 생선조림과 메로구이 계란말이 각종 반찬 등이 다양하게 나오지만 간이 적고 담백해 비즈니스 고객은 물론 여성 고객 사이에서 인기다. 무라사키 측은 “오반자이 메뉴의 경우 홀에서만 주문이 가능한데, 일주일만에 홀이 꽉 찰 정도”라면서 “호텔 일식당이 비즈니스 접대의 자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홀이 이렇게 꽉 들어차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무라사키의 올 여름 매출은 덕분에 20% 가량 늘었다.
이런 전략은 특1급 호텔도 몸값낮추기를 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올들어 롯데호텔서울도 6만5000원짜리 비즈니스 런치를 이탈리안 ‘페닌술라’에서 내놓는 등 거품빼기에 나서고 있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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