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정부의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를 앞두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불황’을 차단하고 경기 정상화를 위한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24일 건의했다.
이와 함께 낙후된 서비스 산업의 선진화와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체질 개선, 다양한 리스크 상황을 가정한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 수립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대한상의는 이 같은 내용의 ‘3대 부문 10대 경제정책과제 제언문’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22일 ‘대한·서울상공회의소 회장단 간담회’에서 제시한 7개 경제 활성화 정책과제를 구체화한 것이다.
대한상의는 “최근 한국 경제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끄러운 경사면’(slippery slope)에 서 있다”며 “메르스 사태로 인한 내수 위축에다 글로벌 경기침체, 엔저영향으로 수출까지 감소하며 상반기 성장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미끄러운 경사면’이란 일단 미끄럼틀을 타기 시작하면 중단하기 어렵고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을 가리킨다.
대한상의는 정부가 이미 발표한 관광, 여행, 외식 등 메르스 피해 업종에 대한 맞춤형 지원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추가로 부가가치세 납부 유예, 피해업종 세무조사 유예 등 세정지원을 보강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메르스 사태로 연기된 행사, 소비활동이 살아날 수 있도록 개별소비세 완화, 문화접대비 특례범위 및 한도 확대 등의 조치를 촉구했다.
위축된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한국관광에 대한 대대적인 프로모션 시행과 면세품 세관신고 및 환급절차 간소화와 같은 인프라 개선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5개월째 급락한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도 거론됐다.
대한상의는 FTA(자유무역협정), 다자간 협상 추진과 함께 환리스크 관리 지원, 해외 M&A 활성화를 위한 국제적 이중과세 문제 해소 등을 제언했다.
의료산업 등 서비스산업의 대대적인 개혁도 촉구했다.
대한상의는 “최고의 의료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낙후된 의료시스템이 이번 사태를 키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며 “의료는 미래 유망 산업이지만 규제에 막혀 선진화가 더딘 측면이 있어 개발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설립 허용, 의료호텔업 설치기준 완화, 의료관광 저해규제 개선 등을 요청했다.
기업관련 제도의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체질 개선도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단순히 규제 수를 줄이는 것을 넘어 핵심규제, 덩어리 규제를 개선하고 신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며 포지티브규제를 네거티브규제로 전환하고 규제비용총량제 도입을 골자로 한 행정규제기본법의 조속한 통과를 당부했다.
상반기 노사정 대타협 결렬로 지연되고 있는 노동개혁의 차질없는 추진과 함께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의 입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상시화도 건의했다.
메르스 사태와 같은 보건·안전 등 리스크와 미국 금리인상, 중국경제 둔화, 원화강세, 유가불안정 등 경제위험 요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컨틴전시플랜 수립을 주문하기도 했다.
추경편성과 관련해서는 “경기 위축이 더 심화하기 전 정부가 시장에 확고한 긍정적 신호를 주고 경제심리가 안정될 수 있도록 충분한 규모의 추경이 편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현재 우리 경제는 아이젠을 활용해 하방리스크를 줄이고 차근차근 올라서는 정책대응이 중요한 시기”라며 “불확실성에 대한 경기대응력을 높이고 성장잠재력 확충과 근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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