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번호만 누르면 곧바로 빅데이터 로봇이 특허가치를 추산합니다. 기업이 보유한 전체 특허가치를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주가가 높은지 낮은지 판단해 투자를 결정할 수 있지요”.(김일수 위즈도메인 대표)
“핀테크가 발달한 영국에서도 이런 시스템은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빅데이터가 특허가치를 뽑아내는 세부과정을 더 듣고 싶어요.”(샤울 데이비드 영국 무역투자청 핀테크스페셜리스트)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청진동 그랑서울 3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핀테크 데모데이’ 현장. 금융위원회 산하 핀테크 지원센터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는 국내 스타트업이 영국 핀테크 사절단 앞에서 그동안 쌓아온 역량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국내 10개 업체가 자사 기술을 소개하는 시연행사를 열며 ‘한국형 핀테크’의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허가치 평가업체 위즈도메인은 이날 현대증권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주목을 받았다. 위즈도메인은 특허기술 분석을 토대로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에 존재하는 특허기술 가치를 평가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즉 한 기업이 보유한 모든 특허가치와 시가총액을 비교 분석한 뒤 고평가인지 저평가인지를 판단하는 지표인 ‘PTR(주가기술비율)’를 개발했다. 마침 새로운 투자기법을 찾고 있던 현대증권이 이 기술과 지표에 손을 내밀어 제휴가 성사된 것이다. 현대증권은 6월 1일부터 PTR 기준으로 저평가 기업에 자체 자금으로 투자를 한 뒤 성과가 좋으면 이를 응용한 펀드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다.
‘더치트’는 금융사기를 예방하는 기술을 무기로 우리은행과 제휴에 성공했다. 이 업체는 금융소비자가 대포통장 가능성이 높은 계좌에 인터넷 송금을 시도할 때 이를 미리 알아채고 경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김화랑 더치트 대표는 “이 솔루션을 쓰면 금융사기 피해 절반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리언스는 홍채인식 분야를 파고들어 기업은행과 MOU를 맺는 성과를 냈다. 황정훈 이리언스 본부장은 “비대면 본인 확인이 필요한 금융서비스 개발에 홍채인식 기술이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 하나은행은 빅데이터 분석으로 신용평가 정확도를 높이는 ‘소셜 신용평가’ 기술을 가진 (주)핀테크와 MOU를 맺었다.
이처럼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한국 핀테크 역량에 영국 전문가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유럽 최대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레벨39의 에릭 반 데 클레이 대표는 “한국 핀테크는 (아직 개척하지 못한) 금광과 같다”며 “조금만 도와주면 당장 세계 시장에 먹힐 만한 기술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클레이 대표는 “한국에 레벨39 서울지점을 설립해 아시아 최대 핀테크 육성 허브로 키울 생각”이라며 “내가 한국에서 창업한다면 개인간(P2P) 금융 거래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행사에 참석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국민이 다양한 분야 핀테크 서비스를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며 “한국 금융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첨단 기술로 무장해 세계로 나가면 핀테크 분야에서도 한류가 유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데모데이는 영국 정부와 은행, 벤처캐피털 관계자 20여 명과 한국 10개 핀테크 기업, 15개 금융사, 금융협회와 정부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가했다.
[서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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