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말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이후에도 하급심 판결이 엇갈려 업계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일 공개한 ‘최근 통상임금 하급심 판결에 대한 비판적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것인지에 대한 하급심 판결은 대부분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과 같은 기준(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에 따라 내려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하급심 판결은 전원합의체 판결과 다른 해석을 적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그 사례로 지난해 10월 선고된 부산지법의 ‘르노삼성 사건’ 판결을 들었다. 당시 부산지법은 르노삼성이 정기상여금을 재직자에게 ‘일할 계산’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근로에 대한 대가로 볼 수 있다며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전원합의체 판결은 재직자에게만 정기상여금을 지급할 경우 고정성이 결여돼 통상임금이 아닌 것으로 판시한 바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더라도 이를 소급해 지급할 경우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면 소급 지급 청구를 불허한다는 전원합의체의 ‘신의칙 요건’을 판단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법원은 기업의 추가부담 총액 중 인건비 비중, 전년도 대비 실질임금인상률, 당기순손실, 당기순이익 등을 기준으로 신의칙 적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한경연은 “인건비에서 추가부담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실질임금인상률이 크지 않더라도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은 초래될 수도 있다. 법원이 기업의 모든 리스크를 예측할 수 없다”며 “입법을 통해 통상임금 범위 등을 명확히 함으로써 업계가 겪는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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