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의 채용 패턴이 바뀌고 있다. 만점에 가까운 토익 성적표도, 해외 연수 경험도, 취업을 위해 만들어진 스펙도 채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직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갖췄는지만을 묻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국가직무능력표준’이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인력미스매치를 줄이기 위해 교육부터 채용까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전면 개편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특히 올해 100개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2017년부터는 모든 공공기관에서 학력, 스펙 대신 NCS로 직원을 채용하도록 했다.
먼저 고용부는 내년까지 전체 475개 특성화고등학교, 2017년까지 100개 전문대 교과과정과 모든 훈련기관(2만개 과정)에 NCS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학교용 NCS 학습모듈을 개발하고, 교사ㆍ강사 등 5만명에 대해 NCS 특별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채용 단계에서도 NCS를 적용한다. 올해 100개 공공기관이 NCS 기반으로 직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를 2017년까지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산시키기로 했다. 민간의 경우, 대기업 중심으로 모범사례를 발굴해 자율적인 확산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NCS는 구직자들이 현장 경험보다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세태를 개선하겠다며 정부가 개발한 시스템이다.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 기술 등의 능력을 국가가 산업별, 수준별로 표준화해 정리한 것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m)는 정부와 NCS 업무협약을 체결한 30개 공공기관 및 정부로부터 NCS 컨설팅을 지원받는 100개 기관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NCS 채용 도입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 43개 기관이 NCS 채용일정을 잡았다. 또 도입 시기에 대해 미정이라고 답한 87곳 중 상당수 기관이 적용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중 NCS 기반 채용을 도입하는 기관은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예탁 결제원, 한국철도공사 등이다. 하반기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에너지관리공단 등이 NCS 기반 채용 도입을 확정한 상태다.
인쿠르트 관계자는 “현재 NCS 채용 도입 대상이 아닌 기관에서도 관련 방문상담이 접수되고 있다”며 “공기업·공공기관의 NCS 기반 채용모델 도입이 가속화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미 NCS 채용을 진행 중인 기업의 사례를 보면 일단 입사지원서가 달라졌다. 과거 기본 인적사항, 학력, 자격증, 외국어 등의 항목 외에 경력과 경험 등이 대폭 늘어났다.
지난 2월 정부가 공개한 NCS 예문들을 보면 입사 후 생활, 현장경험이 당락에 영향을 주는 문항이 많다. 기존 취업시장에서 통용되던 인적성검사와 달리 직무별로 문제가 다르고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취업 준비생들은 이에 대한 마땅한 정보가 없어 답답해 하고 있다. 일부 취업준바생들은 NCS를 또하나의 스펙으로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중인 대학생 김유민(26)씨는 “외국어나 이런 것을 보면 준비가 편하겠는데 NCS는 솔직히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몰라 더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시중에 NCS에 대한 문제집이 몇 권 나와있긴 하지만 미흡한 수준이다. NCS는 직무별로 문제가 다르므로 같은 기업의 같은 직무가 아니라면 큰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취업준비생들은 올해 채용시장의 화두인 직무 능력 평가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이런 어려움 때문에 대부분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대해 별다른 대비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취업준비생 661명을 대상으로 공공기관 및 공기업 채용 시 적용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의 도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문 조사를 한 결과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준비해야 해서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46.3%로 가장 많았고 △신입 지원인데 직무 경험을 어떻게 쌓으라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39.3%로 뒤를 이었다.
NCS 준비에 대한 설문에는 취업준비생 과반수(54.9%)가 NCS에 대해 별다른 대비를 하고 있지 않았으며, 나머지는 △ 독학(25.0%) △ 그룹스터디(12.4%) △ 학원 또는 과외(6.8%) 등의 방법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취업준비생들은 △직무에 관련된 인턴십이나 아르바이트(38.1%) △직무 관련 자격증(36.3%) △ 어학시험 점수(26.9%) △ 출신대학과 학위(23.0%) △ 전공과목 성적(16.3%) 등을 NCS에 중요한 스펙으로 보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NCS 전도사인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NCS는 또 하나의 스펙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NCS는 학원을 다닌다고 특별히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NCS는 ‘무조건 쌓고 보자’는 식의 ‘제2의 스펙’이 아니라 취업을 가능케 하는 구체적인 길라잡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당장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박 이사장은 “취업이 임박한 경우 본인이 희망하는 기관의 채용공고를 통해 그곳이 요구하는 요건을 파악하고 직무에 어느 정도 적합한지를 NCS 사이트 내 경력개발 지원 코너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며 “특히 해당 기관의 비전 및 핵심 가치, 인재상 등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NCS의 핵심으로 “‘무엇을 아느냐(What you know)’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느냐(What you can do)’가 관건”이라고 정의했다.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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