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중국 대륙에서 초콜릿 제품을 최장 6개월까지 유통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름에 최고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중국 서부내륙에선 하루만 지나도 초콜릿 제품은 흐물흐물 녹아내리기 일쑤다. 하지만 오리온 ‘초코파이’는 확실히 뭔가 다르다. 수많은 중국 현지 짝퉁제품들과 달리 초코파이는 유통기한 6개월이 다 될 때까지 형태를 고스란히 유지해 ‘명품 파이’ 대접을 받는다. 오리온 초코파이가 중국 진출 22년만에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분기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국내 제과업계에서 분기 매출 1000억원 돌파 기록을 세운 것은 이 제품이 처음이다. 국내 식품업계에선 연매출 1000억원만 넘어도 ‘빅히트 브랜드’로 꼽히는데 초코파이는 올 매출이 4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4000억원을 판매량으로 따지면 총 22억개로 일렬로 늘어놓으면 지구 세바퀴반을 돌고도 남는다.
18일 오리온그룹에 따르면 4개국 생산량을 모두 합친 초코파이 올해 1분기 매출은 총 1120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매출로만 따지면 2009년 620억원에서 지난해 980억원을 거쳐 올해 첫 1000억원을 돌파했다. 지역별 매출은 중국이 550억원으로 가장 많고, 한국 240억원, 베트남 230억원, 러시아 100억원 순이다.
이 과자가 글로벌 브랜드로 첫 발을 내딛은 건 지난 1993년 중국 판매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이 때 베이징에 사무소를 설립한 오리온은 1997년 현지 생산공장도 설립했다. 현재 중국엔 베이징 2곳을 포함해 상하이 광저우 심양 등 총 5개 오리온 과자공장을 두고 있다. 중국에서 유통되는 모든 초코파이는 현지공장에서 생산된다.
초코파이가 중국에서도 명품 브랜드로 장수하게 된 건 오리온이 취한 철저한 현지화 전략 덕분이다. 초코파이 낱개 포장지는 출시 때부터 줄곧 파란색 디자인을 유지해오다, 중국 진출 1년만인 1994년 붉은색으로 변경됐다. 붉은색을 좋아하는 중국인 기호에 맞춘 것이다.
현재 중국시장에서 초코파이 위상은 남다르다. 이곳에서 식품은 ‘경소상(經銷商)’이라는 중간판매상을 거쳐야만 일반 소매점 진열대에 오를 수 있다. 이 이사는 “경소상들은 보통 생산업체와 어음거래를 하지만 초코파이 이후 오리온 제품에 대해서는 현금으로 거래하고 있다”며 “현금을 주고 사간 만큼 이들도 전국 소매점을 상대로 최대한 이른 시일내 제품을 팔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국 오지의 작은 소매점에서도 오리온 초코파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초코파이 현지화 전략은 그대로다. 러시아의 경우 2006년 모스크바 인근 트베리 지역과 2008년 내륙 노보시비르스크 지역에 각각 제과공장을 지어 초코파이를 생산 중이다. 다만 러시아에서는 ‘원조’ 마케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오리온 측은 “러시아 같은 서양에서는 인정을 강조한 마케팅이 잘 먹히지 않는다”며 “그 대신 여러 초코파이 중에서도 원조라는 점을 부각시켜 ‘오리지널(original)’이란 글자를 제품 포장에 새겨 넣었다”고 전했다.
베트남에서는 현지어로 ‘정’을 뜻하는 ‘띤(Tinh)’이라는 글자가 제품 포장에 들어가 현지 소비자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 베트남에선 초코파이가 귀한 음식으로 여겨져 제삿상에 오르기도 한다. 오리온은 2006년 호치민을 시작으로 2009년 하노이에 각각 제과공장을 세웠다.
현재 오리온 초코파이는 4개 나라 생산을 통해 북미와 동남아시아, 호주, 유럽, 남미, 중동 등 전세계 6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2012년 글로벌 매출 3440억원을 기록하며 최초로 연 매출 3000억원을 넘어선 초코파이는 지난해 3830억원을 거쳐 올해 4000억원 이상 달성할 전망이다. 해외 사업 호조 덕분에 오리온그룹은 올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동기 대비 27% 증가한 1202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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