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한국타이어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추진중인 주행시험장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한국타이어는 원래 경상북도 상주시에 국내 최대 규모의 주행시험장을 만들 예정이었다. 총 투자비만 2500억원에 이르는 대형 사업이다. 2013년 9월 경상북도 및 상주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수십억원의 비용을 들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난해 당선된 이정백 상주시장은 주행시험장 건설에 대한 지원을 갑작스레 중단했다. MOU 체결 당시 주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한국타이어는 주행시험장 건설을 포기하고 상주시를 상대로 2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몇차례 접촉을 통해 상주시가 더이상 MOU를 이행할 의지가 없음을 확인해 소송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한국타이어는 새로운 주행시험장 부지를 찾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같은 움직임을 눈치챈 지자체들은 발빠르게 한국타이어와 접촉해 유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주행시험장이 들어서기 좋은 넓은 평야를 가진 충청도와 전라도 일대 지자체들이 특히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행시험장 건설은 지자체에 상당한 경제적 효익을 안겨준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세수 확대는 물론이고 고용효과와 주변 상권 활성화 등의 효과까지 따지면 그 효과는 연간 200~300억원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타이어는 주말에 주행시험장을 개방해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모터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트랙주행을 즐기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주행시험장 자체가 관광상품화돼 사람이 몰리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더욱 커지게 된다.
일전에 만난 한국타이어 고위 관계자는 “한국타이어 미국 공장 건설과 관련해 만난 테네시주 관계자는 ‘땅은 얼마든 내줄테니 주행시험장도 우리 주에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는데 정작 상주시는 투자를 하려해도 싫다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푸념했다. 상주시를 찾아가 주행시험장 건설을 지원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답변을 못듣고 귀경한 직후였다.
하지만 앞으로 답답한건 상주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주시는 주행시험장을 포기하면서 연간 수백억원의 기대 수익을 함께 포기했다. 뿐만 아니라 상주시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 의지도 꺾어버렸다.
반대로 한국타이어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지자체를 골라 사업을 재추진하면 된다. 투자를 하는 기업이 투자를 받아달라고 사정할 필요는 없다. 게다가 지금처럼 투자를 원하는 지자체가 많은 시점에서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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