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봄을 맞이해 등산이나 운동, 꽃구경에 나섰다가 허리를 삐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평소 척추 디스크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운동 부상으로 목이나 허리가 비틀리면서 생길 수 있고, 나이가 들면서 디스크가 약해지는 퇴행성 변화가 원인일 수 있다. 운동부족이나 잘못된 자세, 무거운 이삿짐을 드는 중노동이 반복되면서 생길 수도 있다. 영양 불규형, 과체중, 스트레스 등도 원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척추에 무리를 주는 생활이 습관화되면서 만성 디스크질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학생이나 사무직 근로자들은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서 책을 보거나 컴퓨터와 씨름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휴식이나 이동 중에도 척추는 늘 긴장상태로 혹사를 당하고 있다.
허리통증(요통)은 급성요추염좌,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 척추관협착증 등에 의해 주로 발생한다. 요통이 발생하면 대개 하루 이틀 정도 참아본다. 그래도 아프면 집이나 회사에서 가까운 병의원을 찾게 된다.
척추질환을 전문적으로 보는 의료기관은 정형외과, 신경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한방병원(한의원) 등 5곳이다. 일반적으로 정형외과는 뼈를 중심으로, 신경외과는 신경을 중심으로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찾는다. 정형외과와 신경외과는 통증주사나 물리치료를 해본 뒤에도 낫지 않으면 대개 수술 및 시술을 권유한다. 최근 몇년 사이 척추관절병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무리한 과잉 시·수술로 논란이 되고 있다.
마취통증의학과는 통증 관점에서 접근해 인대강화주사, 신경성형술 등과 같은 비수술치료를 선호한다. 일부 척추질환자는 마취통증의학과의 비수술요법(시술)으로 낫지 않으면 다시 정형외과로 옮겨 수술을 받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들 가운데 일부는 마취통증의학과 출신 개원의들이 본류에서 벗어난 치료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재활의학과는 보존적 치료와 함께 환자 운동능력에 따라 근력 강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재활의학과는 운동선수나 젊은층들이 많이 선호하는 편이며 최근 들어 척추질환을 예방하려면 코어근육(척추와 관련된 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고령층 환자도 늘고 있다. 한방병원은 침, 뜸, 추나요법과 같은 자세교정·물리치료, 한약으로 요통을 치료하고 있다.
척추질환 치료방법은 의사 성향, 혹은 대학병원이냐, 개원병원이냐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치료를 받은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면 다른 병원에서 크로스체크를 한번 더 받아보는 게 좋다. 개원병원에서 수술 진단을 받았다면 대학병원에서 한번 더 진단을 받아보는 게 바람직하다. 또 정형외과에서 수술진단을 받았으면 마취통증의학과나 재활의학과에서 조언을 다시 한번 받아보는 게 필요하다.
김용철 서울대병원 교수(대한통증학회장)는 “미국 병원은 대부분 스파인(척추)센터가 있어서 다양한 전문의가 협진을 통해 수술 여부를 진단하지만 우리나라는 의사 1명이 수술 진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며 “수술은 일단 해버리면 원상태로 복구하기 힘들고 수술해도 부작용이나 재발이 나타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척추 질환은 발생하는 연령대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질 수 있다. 10대는 척추측만증(가방을 한쪽으로 메는 습관으로 어깨 혹은 골반 높이가 다름), 20대는 강직성척추염(면역체계 이상으로 허리가 뻣뻣해짐), 30대는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 40~50대는 척추관협착증(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해 통증유발)과 디스크내장증(디스크를 둘러싼 섬유륜이 손상돼 통증 생김), 60대 이상은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골다공증으로 척추뼈가 주저앉거나 찌그러림), 척추관협착증, 디스크내장증 등이 잘 걸린다.
이처럼 다양한 척추질환으로 한해 196만 5491명(2013년 기준)이 진료를 받았다. 연령별로는 40~50대가 45%, 60대이상이 35%에 달한다.
척추관협착증과 허리디스크는 허리를 앞, 뒤로 구부려보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허리디스크는 허리를 앞으로 구부렸을 때 밀려나온 디스크가 신경을 눌러 통증이 심해지는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를 앞으로 구부릴 때 좁아진 척추관의 공간이 넓혀지게 되어 편안해진다.
척추디스크 질환의 90%는 물리치료나 통증주사치료, 척추강화 운동과 같은 보존적 치료만으로 호전될 수 있다.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전체 환자의 3%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요통은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목이나 허리, 팔다리에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하는 만성질환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상호 우리들병원 회장은 “상당수 환자는 X레이나 CT(컴퓨터단층촬영)를 해봐도 척추디스크에 별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아 근근이 통증을 견디며 방치하거나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급성 요통환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약 10%가 만성환자가 되며, 만성 요통환자의 약 40%는 디스크병원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한다.
요통으로 병의원을 찾아가면 먼저 X레이로 1차진단을 통해 온찜질이나 초음파진료, 물리치료를 한다. 급성염좌는 주사로도 금방 좋아질 수있다.
초기 치료를 했지만 약 1~2주 지나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으면 전문병원이나 대학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CT 또는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등 정밀검사를 통해 어떤 디스크질환인지를 확인한다. 척추질환 종류에 따라 소염진통제나 근육이완제를 주사하고, 필요에 따라 경막외강 유착박리술(신경성형술)과 경막외 내시경 시술(신경근 성형술), 고주파 수핵감압술 등과 같은 비수술치료법을 시행할 수있다.
신경성형술은 통증 부위에 직경 1㎜ 정도 카테터를 삽입해 직접 약물을 주입해 유착이나 염증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만성 요통이나 허리디스크, 척추관협착증, 수술 후 신경유착이 생겨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신경근 성형술은 디스크가 파열됐거나 재발했을 경우에 시행되며, 꼬리뼈를 통해 내시경을 삽입해 통증의 원인이 되는 부위를 직접 보면서 레이저로 치료하는 것이다.
수술은 근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마비증세를 보이면 적극 검토해야 한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은 “비수술요법으로 치료를 해도 통증이 지속되거나 자주 재발되고 마비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수술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리디스크 통증의 경중은 누워서 다리를 쭉 뻗은 상태에서 올려보면 알 수있다. 정상인 사람은 다리를 90도이상 올릴 수 있지만 디스크 경증환자는 50~60도, 중증환자는 10~20%도 올리기 힘들다. 디스크 통증이 아주 심할 때는 대·소변 마비, 성기능 장애가 발생하는데 이때는 재빨리 수술을 받아야 한다. 노인들이 수술을 받을 때는 고혈압과 당뇨병을 앓는 경우가 많아 내과 및 마취과를 갖춘 곳이 안전하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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