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바이러스를 이용해 새집 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발암물질을 검출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연구단 김상경 책임연구원과 KIST 스핀융합연구단 이현정 선임연구원 등 공동 연구진은 바이러스를 이용해 인체에 유해한 휘발성 유기물을 찾아낼 수 있는 초고감도 센서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생활 환경이나 산업현장에서 발견되는 ‘휘발성 유기물(VOC)’은 호흡을 통해 흡수되거나 피부, 점막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알러지, 천식, 심하면 암과 같은 심각한 질환을 일으킨다. 최근 나노기술을 이용한 초고감도의 센서들이 개발되었지만 VOC와 비슷한 기체에 대하여 똑같은 신호를 내기 때문에 유해한 기체가 포함되어 있는지 구분할 수 없었다. 또한 생활 환경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비교적 무해한 가스에도 같은 신호를 내서 위험을 감별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가늘고 긴 모양의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를 다양한 모양으로 만든 뒤 벤젠에만 결합하는 박테리아파지만을 찾아냈다. 그 뒤 박테리아파지 속에 있는 단백질인 ‘펩티드’를 찾아냈다. 이 펩티드는 벤젠에만 잘 붙는 특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김상경 책임연구원은 “기존 센서들이 구별할 수 없었던 벤젠과 톨루엔 등 유사 화학약품을 구별해 낼 수 있다”며 “1000만분의 1(0.1ppm) 수준으로 분포돼 있어도 찾아낼 수 있을 정도로 초고감도 센서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벤젠은 불완전 연소로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유해 VOC로 주거환경이나 자동차에서 실내 공기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다. 벤젠과 유사한 화학약품인 톨루엔은 석유화학공정에서도 대량으로 취급되는 중요한 원료로서 산업현장의 안전을 위해서도 모니터할 필요가 높다.
연구진은 다양한 VOC가 식품의 신선도, 숙성이나 발효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될 뿐 아니라 사람의 건강상태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만큼 펩티드를 이용한 VOC 감지는 환경, 식품, 건강관리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상경 책임연구원은 “대량생산이 가능할 뿐 아니라 값싸게 제조가 가능한 센서”라며 “향후 원하는 VOC에 최적화된 센서를 빠르게 구현할 수 있으며 가격경쟁력과 안정성을 갖추어 사물인터넷의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17일자에 게재됐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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