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차량 점화스위치 결함으로 대규모 리콜을 시행하기 이전 점화스위치 교체용 부품을 대량으로 주문했던 사실이 적발돼 '늑장 리콜' 논란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GM의 하청업체가 점화스위치 제작사에 보낸 이메일을 인용해 GM이 지난 2월17일 연방 안전규제당국에 점화스위치 결함으로 리콜을 보고하기 두 달 전에 교체용 점화스위치 50만 개를 주문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GM의 하청업체인 멘로 월드와이드 로지스틱스는 지난해 12월18일 점화스위치 공급업체인 델파이 오토모티브에 보낸 메일에서 GM이 긴급히 점화스위치 50만개를 주문했다면서 최대한 빨리 주문량을 생산하고 출하할 계획을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멘로 측이 이메일을 보낸 날은 GM이 당시 존 캘러브레스 GM 엔지니어링 담당 부회장 주재로 점화스위치 결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임원회의를 연 다음날이었다.
이후 델파이측은 1월21일 멘로측에 점화스위치 출하 계획을 제출했다.
GM은 당시 임원회의 이후 리콜을 위해 분석이 더 필요하다고 밝히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듬해 2월7일에야 당국에 점화스위치 문제로 차량 78만대를 리콜하겠다고 밝혔다.
WSJ는 자동차 회사가 리콜 전 부품의 수량을 점검하고 주문을 하는 것은 이상한 일로 볼 수는 없지만 교체용 부품을 대량으로 주문하고도 두 달이 지난 뒤에야 리콜을 발표한 것은 집단소송에서 GM이 사람들에게 최대한 이 문제를 알리는 것을 늦추려 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이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점화스위치 결함으로 인한 사상자들의 소송을 대리하는 밥 힐리어드 변호사는 "GM이 비상 상황에서 50만개의 점화 스위치를 주문해 놓고도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다"면서 "GM이 고객들에게 즉각 차량 운행을 멈추라고 알렸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GM의 앨런 아들러 대변인은 회사측이 미국 교통부 산하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절차에 따라 리콜 결정 과정을 제출했으며 세부 부품 주문 내용을 공개하라는 요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GM은 2005∼2007년형 쉐보레 코발트를 비롯한 10개 차종에 대해 점화 스위치 결함으로 리콜을 실시하고 올해 말까지 피해 보상 신청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점화 스위치 결함으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30명으로 나타났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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