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치료에 쓰이는 '메트포르민' 성분이 알츠하이머 치매의 핵심 원인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크게 감소시킨다는 사실이 최근 국내 연구결과 확인됐다.
베타아밀로이드는 뇌 신경세포 간 연결을 끊고 뇌 세포들을 파괴해 치매 발병을 유발하는데, 메트포르민을 이용해 베타 아밀로이드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면 치매의 예방과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해부학세포생물학교실 윤승용 교수팀은 베타 아밀로이드를 처리한 쥐의 뇌 면역세포 배양액에 '메트포르민'을 투여한 지 24시간 만에 베타 아밀로이드가 9819 AU(임의단위)에서 1535 AU로 85%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또한 메트포르민을 투여한 후 뇌 뇌세포 내 염증유발 물질인 인터루킨-1β은 1955pg/mg에서 488pg/mg으로 75.1% 감소했으며, 뇌신경세포 수상돌기인 덴드라이트 길이는 27㎛에서 49.2㎛로 82.7% 늘어났다.
이러한 결과는 베타 아밀로이드 감소와 더불어 뇌의 염증 발생을 줄이고, 뇌 신경세포 간의 신호전달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치매 발병을 억제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윤승용 교수는 "혈당과 지질대사를 정상화하는 효과가 있어 당뇨병 치료제로 널리 쓰이고 있는 메트포르민은 에너지대사를 조절하는 AMPK 효소도 활성화시키는데, 이 효소가 뇌 면역세포의 자식작용을 촉진하면서 조직내 불순물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더 많이 잡아먹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비록 동물실험 결과이지만, 메트포르민이 당뇨치료 효과를 인정받아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등 안전성이 검증되었다는 점에서 치매 환자에 대한 후속 임상 연구가 한결 수월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승용 교수는 "당뇨 치료물질의 자식작용 촉진을 통한 베타 아밀로이드 억제가 전 세계 치매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해줄 것"이라며 "자식작용이 자기 세포 안의 물질을 분해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존의 학설과 달리 외부물질도 자식작용을 통해 분해되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자식작용을 둘러싼 연구에 새로운 시사점을 제공했다"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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