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병의원과 달리 치과의원을 찾게 되면 '전문의'라는 간판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
왜 그럴까? 그 이면에는 대한치과의사협회와 관련 단체들간의 알력이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 의사들이 레지던트를 거쳐 전문의 자격을 획득한 것과 달리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는 치과의사는 약 1/3정도의 소수이다. 설령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전문의 자격을 따도 해당 전문과목만 진료해야 한다는 의료법 조항까지 만들어져 있다. 역설적이지만 전문의 자격이 오히려 환자를 진료하는 데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10일 현재 전문과목 표시 치과의원은 전국에 단 10곳(전체 치과의원의 0.06%)뿐이다.
대한치과교정학회 정민호 기획이사는 "전문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치과의사 회원이 대다수인 치과의사협회가 전문과목을 표시한 치과의원이 많아질 경우 환자를 뺏길 것을 우려해 의료법 조항까지 만들어 전문과목 표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며 "이익단체의 요구 때문에 치과전문의 제도가 유명무실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치과전문의제도 시행을 위해 1989년과 1996년 두차례 입법예고까지 했지만 치과계의 반대로 치과전문의 시험이 시작되지 못했다. 하지만 전공의 수련과정을 마친 치과의사들이 1998년 치과전문의가 될 기회를 박탈당했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승소하여 마침내 치과전문의 시험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치과전문의의 숫자를 최소화하려는 치과의사협회 요구를 복지부가 받아들여 2008년 이후 전공의 수련자들에게만 시험응시자격이 부여됐고 헌법소원을 승소한 사람들조차 응시기회를 얻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전문의 시험 응시기회를 얻지 못한 기존 레지던트 수련자들이 계속 관계기관에 호소해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이들에게 시험응시자격을 주라고 복지부장관에게 의견을 표명했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이 문제의 해결을 요구했다. 복지부 역시 기존 수련자들의 시험응시자격 부여를 포함한 개선안을 만들어 치과의사협회에 제시하고 국회에도 이러한 개선안을 시행하겠다고 올해 3월 보고했다. 하지만 치과의사협회가 반대의견을 계속 개진하자 복지부는 제도개선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의 제도는 국민들이 전문적인 진료를 받고자 할 때 대형병원을 찾아가지 않고도 가까운 의원에서 전문과목을 찾아보고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의사와 치과의사의 전문과목 표방허가제도는 1951년 법 규정이 만들어졌고 1960년 의사들은 전문과목 표방허가시험을 치르면서 전문과목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의과와는 달리 치과의 전문과목 표방허가시험은 1962년 시행하려 했지만 일부 치과의사들의 격렬한 반대로 시험장에 아무도 입실을 하지 못해 무산됐고 그 후 수십년간 치과계에도 전문과목 표시를 시작하려는 정부와 이에 반대하는 치과의사들이 계속 논란을 벌여왔다.
이와 관련해 '국민을 위한 올바른 치과전문의제도 개선방안 관련단체 연합'(대표 차경석)은 1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치과전문의 제도 개선을 위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시위에는 대한병원치과의사협회, 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 대한치과교정학회, 악안면성형구강외과개원의협의회, 전국교정과동문연합회, 전국치과대학치과교정학교수협의회, 구강악안면외과전속지도전문의및교수협의회, 한국임상교정치과의사회 등 관련 단체들이 참가했다.
차경석 전문의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제도 시행을 관련 이익단체의 의견대로만 하려함으로써 제도의 원래 취지가 크게 왜곡되어 국민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현재 상황은 비정상"이며 "비정상의 정상화가 현 정부의 의지인 만큼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문제 해결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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