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함께 백두산 화산 연구에 나선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중국과학원 지질지구물리연구소와 지난달 24일 백두산 화산 한중공동연구를 위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백두산은 세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활화산 중 하나로 꼽힌다. 백두산 화산이 폭발하면 엄청난 화산재가 성층권을 뚫고 올라가 기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변 지역에 화산재가 쌓이면서 국제적인 재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 동북아 국가들에게 백두산 화산 연구는 반드시 필요한 연구였다. 하지만 그동안 중국 북한 등이 자국 영토라는 이유로 다른 과학자들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아 제대로 된 연구가 이뤄지지 못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국내 대학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백두산 화산마그마연구그룹'은 지진과 가스, 피표 변위 등 기존의 화산징후 관측 위주의 연구에서 벗어나 화산 분화를 일으키는 마그마 가까이 시추공을 뚫고 마그마의 거동 변화를 직접 탐지하는 화산분화 예측 기술을 제시해 중국 지질지구물리연구소 측의 동의를 얻어냈다. 이번 협약에는 백두산 화산에 대한 지질조사, 물리 및 탐사, 심부시추공 연구, 모니터링 연구, 자유로운 암석시료 채취, 관측자료 수집 및 제공, 양국 학생들의 공동논문지도와 과학자들의 상호 파견 등이 포함됐다.
한·중 공동 연구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바로 시작된다. 국내에서는 13개 연구원과 대학에서 총 39명의 한국인 과학자가 백두산을 직접 방문해 화산 마그마 거동 관측과 화산 분화 예측을 목표로 현장조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연구책임자인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부 책임연구원은 "한.중의 공동 연구가 백두산 화산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약 1000년 전 인류 역사 이래 최대의 폭발을 일으킨 백두산 화산은 대분화 후에도 7~8차례의 소규모 폭발을 일으켜왔다. 특히 2002년에는 백두산 천지 하부에서 한달 사이 최대 250여 차례의 지진이 감지되기도 했다. 김규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은 "사회적, 정치적, 군사적, 외교적으로 첨예한 백두산 지역에서 국내 학자들이 지속적이고 평등한 연구활동을 보장받기를 기대한다"며 "한계에 부딪혔던 백두산 화산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