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제일모직과의 합병 출범 첫날 디스플레이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삼성SDI는 1일 이사회를 소집해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사업부문 영업을 11월30일부터 중단하기로 결의하고 이를 공시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옛 사업을 정리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합병 회사 출범과 함께 새로운 사업인 에너지와 소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상징성을 띄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브라운관에 이어 PDP 사업까지 모든 디스플레이 사업을 종료하는 대신 그 역량과 자원을 에너지와 소재 부문에 집중해 회사를 한 단계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DI의 PDP사업부문 지난 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5605억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액의 31.1%에 해당한다. 그러나 부품 조달의 어려움과 판로 축소, 수요 감소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적자를 넘나드는 원인이 됐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PDP TV는 2011년 점유율이 9.8%였으나 지난 해 5.8%로 떨어졌으며 내년에는 점유율이 0%대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 국내외 PDP 관련 건물과 구축물 그리고 기계설비에 대한 감가상각을 마무리지어 사업종료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했다.
PDP사업부문에 종사하던 임직원은 1300여명으로 PDP사업 중단에도 불구하고 고용을 유지하며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하고 있는 에너지와 소재 사업부문에 분산 배치할 방침이다. 기존 건축물과 범용 설비 등은 전사적으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배터리 시스템 케미칼 전자재료 등 에너지와 소재 부문에 역량을 집중해 2020년 매출 29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BMW 크라이슬러 등을 거래선으로 확보한 전기차용 배터리와 유럽과 인도 지역에서 수주를 확대하고 있는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제일모직의 전자재료와 자동차용 소재는 기존 삼성SDI 거래선을 통해 매출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PDP사업 철수로 삼성SDI는 디스플레이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지난해 말에는 CRT(브라운관) 생산을 중단하고 사업을 중단했다. 1970년 브라운관 사업에 뛰어들며 삼성전관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삼성SDI는 2001년 PDP 라인 준공과 양산을 개시했다. 2003년에는 세계 PDP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등 디스플레이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삼성SDI의 PDP사업 중단으로 PDP를 생산하는 기업은 LG전자가 유일하다. PDP시장의 강자였던 일본의 파나소닉도 올해 초 사업을 중단했다.
PDP는 LCD와 함께 한때 세계 평판TV 시장을 양분했으나 LCD 화질 기술의 발전과 LED 등장에 밀려 빠른 속도로 퇴조했다. 현재 중남미 저개발국가와 중국 일부 지역 등에서 저가 TV 패널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전부다.
[이진명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