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이 잦은 사업가 김모씨는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6000달러에 달하는 명품 가방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김씨의 이같은 신용카드 해외 사용 실적은 앞으로 관세청에 분기마다 통보된다.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물품을 구매하거나 현금 인출한 내역이 분기별로 5000달러 이상(숙박비나 식사비는 제외)이면 관세청에 자동 통보되도록 관세법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고가 물품을 사고도 세관 신고를 누락한 여행자를 선별 검사할 수 있는 보완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종전까지는 해외에서 연간 1만달러 이상 신용카드를 사용한 여행자들의 명단과 사용처가 여신전문금융업협회에서 관세청으로 한차례씩 통보됐지만 통보 주기가 길어 실효성이 떨어졌다. 앞으로는 통보 주기가 1년에서 3개월로 단축된다.
백운찬 관세청장은 "해외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정밀분석해 관세포탈 조사 등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개인 면세한도 400달러를 넘는 물품은 국내로 들어올 때 세관에 신고해야 한다.
관세를 누락한 사실이 적발되면 400달러를 제외한 제품가격의 20%가 간이세율로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관세 8%, 부가가치세 10%가 적용되고 신발, 의류, 가방, 향수 등 품목마다 관세가 다르다.
다만 해외 신용카드 사용내역에 대한 접근 권한을 최소 직원에게만 부여해 보안에 유의하고 사용액이 많지 않은 대부분의 국민들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막연한 불안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관세청은 설명했다.
한국 거주자의 해외 신용카드 사용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한국 거주자가 해외에서 사용한 카드액이 105억5000만달러로 전년(94억4000만달러) 보다 11.8% 늘었다고 28일 밝혔다. 2012년 사용금액이 직전 최고치였던 점을 감안하면 처음으로 100억달러선을 넘어선 것이다.
정선영 한국은행 자본이동분석팀 과장은 "내국인 출국자 수가 늘고 해외 여행지급 총액도 커지면서 카드 사용액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여행지급 총액(217억4000만달러) 중 카드 결제 비중은 48.5%에 달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내국인 출국자 수는 2012년 1374만명에서 2013년 1485만명으로 8.1% 증가했다. 출국자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949만명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가 4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용어 설명
거주자란 외국환거래법에 나오는 단어로 벌어들이는 이익의 중심이 한국에 있는 사람과 기업을 뜻한다. 비거주자는 이익의 중심이 해외에 있는 경우를 말한다. 국적에 따른 분류와는 차이가 있다.
[황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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