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엔터)가 드라마 OST로 대박을 쳤다.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구가의 서'에 이어 '왕가네 식구들', '별에서 온 그대'의 OST 배급을 맡아 진행하면서 수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드라마 OST 시장은 황금알로 불린다. 별그대 OST 판권비는 시가보다 2배 정도 비쌌지만 로엔엔터가 과감히 투자를 결정, 판권을 사들이면서 순이익만 10억원 이상을 바라보게 됐다. 국내 최대 OST 수익이다.
'아이유 기획사', '멜론'으로 불리지만 실은 35년 경력의 음반사로 출발한 로엔엔터(구 서울음반사). 한류바람을 타고 성장하는 드라마 OST 시장을 선점한 것도 질 좋은 곡을 찾아내 투자·유통하는 전문 음반사의 노하우가 있기에 가능했다.
◇유통분야 브랜드화, K-팝 지원
로엔엔터의 전신은 지난 1978년 설립된 서울음반사다. 당시 국내 최대의 유통 네트워크를 자랑했다. 지금은 제작(연예기획사), 유통(음반사), 플랫폼 멜론(음원 플레이어)으로 사업구조가 분리됐지만 여전히 연간 400장 이상의 앨범을 유통한다. 한 해동안 한국에서 제작·유통되는 앨범의 유통권 35% 가량을 소유하는 셈이다.
황인호 로엔엔터 재무이사는 "유통분야는 전체 매출의 20% 정도를 책임지고 있다"며 "유통을 브랜드화해 비중을 늘리고 K-팝 확산에도 기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로엔엔터는 최근 유통 전문 브랜드인 원더케이(1theK)를 발표했다. 원더케이를 K-팝 유통 전문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방지연 로엔엔터 대외협력팀 프로젝트 리더(P/L)는 "중소 기획사나 인디 아티스트의 곡을 원더케이를 통해 세계시장에 유통함으로써 K-팝의 허브 채널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아이돌 중심의 K-팝에서 벗어나 K-락이나 K-힙합 등다양한 K-팝을 알리는 프로모션도 기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멜론, 플레이어 넘어 홍보의 메카로
SM의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 YG의 양현석 대표, JYP의 박진영 선임 프로듀서 등 우리나라 엔터사는 대부분 제작 프로듀서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이들과 달리 신원수 로엔엔터 대표이사는 SK텔레콤 출신의 전문경영인이다. 프로듀서 출신인 타사 대표에 비해 일반인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 대표이사는'음악바닥'에서는 손꼽히는 실력자로 통한다. SK 계열사로 인수될 당시 2년간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로엔엔터(당시 서울음반사)를 1년 만에 흑자로 돌려놨고 현재는 시가총액 4615억원, 매출액 2526억원, 영업이익 373억원에 이르는 대형 엔터사로 키워냈다. 이러한 로엔엔터의 부활에는 320만개의 곡을 보유한 국내 최초의 유료음원 서비스 플랫폼인 멜론이 있었다.
신 대표는 "당시 불법 복제 음반이 판을 치고 있는데다 음악 사업자까지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음원 파일을 공급하면서 음악 시장은 역성장하고 있었다"며 "멜론을 통해 편리하게 듣는 유료 음원에 대한 가치 인식을 높이고 SK텔레콤과의 협업을 통해 모바일 고객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면서 막강한 플랫폼 지배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멜론은 로엔엔터의 매출 70%를 차지한다. 멜론 가입자 수는 2000만명, 돈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료 가입자수는 전체 가입자의 5분의 1 수준이다. 음원 소비자는 플레이어를 쉽게 바꾸지 않아 플랫폼 충성도가 높은 데다 지난해 SK플래닛이 로엔엔터를 매각했음에도 SK텔레콤과의 결합 상품은 유지돼 이탈 고객 수가 적다.
신 대표는 "지난해 대주주가 바뀌었음에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인 것은 멜론이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소비자의 음원 선택에 대한 막대한 데이터 베이스를 가지고 올 상반기 새로운 변화 모색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멜론은 자사 고객의 감상·구매 이력을 빅데이터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기획사나 아티스트가 멜론을 통해 직접 자신의 팬을 관리하는 파트너센터 구축을 기획하고 있다.
신 대표는 "음악 뿐 아니라 아티스트와 관련한 모든 내용을 멜론을 통해 공급함으로써 기획사에게는 홍보의 장을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깊이있는 정보를 전달할 것"이라며 "이미 포화된 음원 플레이어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티스트 기획력 강화로 공고한 삼각구도 형성
로엔엔터는 유통분야 1위, 플랫폼분야 1위 사업자이지만 '아이유만 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제작 면에서는 약점이 드러난다. 그러나 지난해 신사동호랭이를 영입해 콜라보따리를 설립하고 씨스타, 케이윌 등이 소속된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지분 70%를 인수해 멀티레이블 체제에 나서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레이블은 각자의 음악적 색은 유지한 채 투자·유통이 한 데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신 대표는 "추가 인수도 계획하고 있다"며 "아티스트를 강화해 타 사업분야와 유기적인 시너지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엔엔터의 강점은 대기업 문화의 긍정적 부분을 흡수 성장했다는 점"이라며 "한 사람의 기획력이 아닌 체계적인 시스템 경영을 바탕으로 기존 아티스트가 가진 역량에 로엔엔터의 자본과 네트워크를 더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대표적인 아티스트가 바로 아이유와 씨스타다. 로엔엔터는 정기적인 오디션을 통해 연습생 30여명을 두고 있지만 연습생 시스템만이 아닌 기존 실력파 아티스트의 영입, 레이블 강화 등으로 기획력을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로엔엔터의 제작분야 매출액은 전체의 10%에 그친다. 기획 비중이 커질 경우 비대칭적인 삼각구도가 제대로 모양을 잡아나갈 수 있다. 로엔엔터는 오는 2016년 '1조 클럽' 가입을 목표로 내년 데뷔를 앞둔 아이돌 그룹 2팀도 준비 중이다.
신 대표는 "대기업 출신이라는 특수성을 장점으로 극대화해나갈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아티스트 중심의 기존 엔터사와는 다르게 유통과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성공적인 엔터 비즈니스 사례를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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