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강한이(가명) 씨는 삼남매를 뒀다. IT기업에서 기획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여느 워킹맘들과 같이 좀처럼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쉽지 않다. 수시로 프로젝트가 이어지는 탓에 야근이 빈번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주말에도 출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매번 아이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이런 강씨에게 최근 묵직한 미션이 떨어졌다. 다가오는 짧은 봄방학 기간 동안 아이들과 특별하면서도 재미까지 있는 여행을 다녀오라는 포상휴가가 주어진 것. 오랜만에 가족들과 특히 아이들과 보내게 될 휴가에 설레기도 하지만 알차게 일정을 짜야 하는 것이 고민스러운 강씨. 여행과 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마 강씨처럼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보람찬 여행을 꿈꾸는 학부모들 많을 것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한국관광공사의 도움을 받아 올 겨울 세계 속의 한국유산을 여행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소개한다. 이름하야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 탐방’.
경북 경주의 ‘왕에게 가는 길, 경주 역사유적지구에서 문무대왕릉까지’, 경남 합천의 ‘불심으로 새기고 지혜로 보존하다,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과 대장경판’, 서울의 ‘조선의 왕들이 지극히 아끼던 공간, 창덕궁과 종묘’, 제주특별자치도의 ‘용암이 빚은 동굴들의 시작점, 거문오름’ 등이 바로 가볼만한 곳이다.
◆ 경주 역사유적지구에서 문무대왕릉까지 = 2014년 2월 경주 월성 산책로를 걷는 사람은 1500여 년 전 신라 지증왕의 발걸음을 따라가는지도 모른다. 파사왕이 축성한 뒤 신라의 궁궐이 된 월성은 초승달 모양 지형에 숲과 잔디밭만 남았지만, 아름다운 솔숲을 거닐며 산책하기 좋다. 한때 월성의 주인이던 진평왕과 선덕여왕은 부녀간으로, 보문동과 낭산 자락에 묻혀 남촌 들녘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삼국을 통일한 문무왕의 능은 양북면 봉길리 바다에 있다. 신문왕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시신을 화장한 뒤 모차골 산길을 따라 기림사를 거쳐 동해에 뼛가루를 뿌렸다. 그는 아버지의 능과 멀리 떨어진 배반동에 묻혔다. 성덕대왕신종은 경덕왕이 아버지에 대한 효심으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의 아들 혜공왕에 이르러 완성했으니 손자의 치사랑까지 품은 것이다. 경주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다.
◆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과 대장경판 = 700여 년 전 고려 시대 때는 몽골과 전쟁으로 나라가 어지럽고 불안했다. 그래서 당시 국민들은 목숨을 부지할 방책을 찾는 대신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불사를 일으켰다. 바로 부처의 일생과 가르침을 새긴 대장경을 제작한 것. 이 대장경은 8만4000 번뇌를 의미하는 8만4000 법문을 새긴 목판으로, 세계에 현존하는 대장경 중 가장 방대하고 오래된 것이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과 더불어 그를 봉안한 장경판전 역시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장경판전이 있는 합천 해인사는 법보사찰로 꼽히는 천년 고찰이다. 근엄하면서도 기품 있는 사찰의 면모는 병풍처럼 두른 가야산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대장경 제작 과정과 장경판전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대장경테마파크와 해인사소리길, 합천영상테마파크도 함께 둘러보기 좋은 합천의 명소다.
◆ 창덕궁과 종묘 = 창덕궁과 종묘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라는 점과 조선의 왕들이 아끼던 곳이라는 점이다. 창덕궁은 경복궁보다 오랜 세월 왕들이 거처한 궁궐이다. 나라의 공식적인 행사를 할 때 무대가 된 인정전은 웅장한 멋이 넘친다. 왕실 여인들의 생활공간인 대조전, 왕이 업무를 보던 선정전, 왕세자가 공부하던 성정각, 조선의 마지막 황실 가족이 살던 낙선재 등 건물마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연에서 풍류를 즐기던 창덕궁 후원 역시 놓쳐서는 안 된다. 종묘는 조선왕조의 역대 왕과 왕비, 추존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신 왕실의 사당이다. 단일 건축물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정전을 중심으로 영녕전, 재궁 등 종묘의 건물들은 하나같이 장엄한 멋이 흐른다. 국립서울과학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등 과학, 문화, 예술적인 볼거리를 끼워 일정을 짜는 것도 좋다. 맛있는 먹거리가 많은 종묘 앞 광장시장은 여행의 즐거운 마침표가 될 것이다.
◆ 거문오름 = 제주도에는 나직나직하지만 제주도만의 독특한 풍경을 이루는 크고 작은 오름 수백 개가 있다. 이중 용암이 만든 다양한 동굴과 분화구의 식생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으로 지정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굴의 중심지인 거문오름(거문오름용암동굴계)이다. 탐방로를 따라 분출된 용암이 흘러가며 만든 용암 계곡과 동굴, 바위 덩어리로 된 지표면에서 바람이 불어 나오는 풍혈, 화산활동 당시 만들어진 화산탄 등을 관찰할 수 있다. 거문오름 탐방은 4개 코스로, 1일 예약자 400명만 탐방할 수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30분 간격으로 해설사와 함께 출발한다. 오름 입구의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는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조랑말의 역사를 배우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조랑말체험공원, 제주 여인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해녀박물관도 함께 돌아보면 좀 더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매경닷컴 장주영 기자 semiangel@mk.co.kr] 매경닷컴 여행/레저 트위터_mktourworld
아마 강씨처럼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보람찬 여행을 꿈꾸는 학부모들 많을 것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한국관광공사의 도움을 받아 올 겨울 세계 속의 한국유산을 여행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소개한다. 이름하야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 탐방’.
경북 경주의 ‘왕에게 가는 길, 경주 역사유적지구에서 문무대왕릉까지’, 경남 합천의 ‘불심으로 새기고 지혜로 보존하다,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과 대장경판’, 서울의 ‘조선의 왕들이 지극히 아끼던 공간, 창덕궁과 종묘’, 제주특별자치도의 ‘용암이 빚은 동굴들의 시작점, 거문오름’ 등이 바로 가볼만한 곳이다.
◆ 경주 역사유적지구에서 문무대왕릉까지 = 2014년 2월 경주 월성 산책로를 걷는 사람은 1500여 년 전 신라 지증왕의 발걸음을 따라가는지도 모른다. 파사왕이 축성한 뒤 신라의 궁궐이 된 월성은 초승달 모양 지형에 숲과 잔디밭만 남았지만, 아름다운 솔숲을 거닐며 산책하기 좋다. 한때 월성의 주인이던 진평왕과 선덕여왕은 부녀간으로, 보문동과 낭산 자락에 묻혀 남촌 들녘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삼국을 통일한 문무왕의 능은 양북면 봉길리 바다에 있다. 신문왕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시신을 화장한 뒤 모차골 산길을 따라 기림사를 거쳐 동해에 뼛가루를 뿌렸다. 그는 아버지의 능과 멀리 떨어진 배반동에 묻혔다. 성덕대왕신종은 경덕왕이 아버지에 대한 효심으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의 아들 혜공왕에 이르러 완성했으니 손자의 치사랑까지 품은 것이다. 경주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다.
경북 경주 월성에서 바라본 첨성대와 대릉원
◆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과 대장경판 = 700여 년 전 고려 시대 때는 몽골과 전쟁으로 나라가 어지럽고 불안했다. 그래서 당시 국민들은 목숨을 부지할 방책을 찾는 대신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불사를 일으켰다. 바로 부처의 일생과 가르침을 새긴 대장경을 제작한 것. 이 대장경은 8만4000 번뇌를 의미하는 8만4000 법문을 새긴 목판으로, 세계에 현존하는 대장경 중 가장 방대하고 오래된 것이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과 더불어 그를 봉안한 장경판전 역시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장경판전이 있는 합천 해인사는 법보사찰로 꼽히는 천년 고찰이다. 근엄하면서도 기품 있는 사찰의 면모는 병풍처럼 두른 가야산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대장경 제작 과정과 장경판전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대장경테마파크와 해인사소리길, 합천영상테마파크도 함께 둘러보기 좋은 합천의 명소다.
서울 창덕궁의 붉은 기둥이 인상적인 정전의 신실
◆ 창덕궁과 종묘 = 창덕궁과 종묘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라는 점과 조선의 왕들이 아끼던 곳이라는 점이다. 창덕궁은 경복궁보다 오랜 세월 왕들이 거처한 궁궐이다. 나라의 공식적인 행사를 할 때 무대가 된 인정전은 웅장한 멋이 넘친다. 왕실 여인들의 생활공간인 대조전, 왕이 업무를 보던 선정전, 왕세자가 공부하던 성정각, 조선의 마지막 황실 가족이 살던 낙선재 등 건물마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연에서 풍류를 즐기던 창덕궁 후원 역시 놓쳐서는 안 된다. 종묘는 조선왕조의 역대 왕과 왕비, 추존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신 왕실의 사당이다. 단일 건축물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정전을 중심으로 영녕전, 재궁 등 종묘의 건물들은 하나같이 장엄한 멋이 흐른다. 국립서울과학관, 국립민속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등 과학, 문화, 예술적인 볼거리를 끼워 일정을 짜는 것도 좋다. 맛있는 먹거리가 많은 종묘 앞 광장시장은 여행의 즐거운 마침표가 될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거문오름 전경
◆ 거문오름 = 제주도에는 나직나직하지만 제주도만의 독특한 풍경을 이루는 크고 작은 오름 수백 개가 있다. 이중 용암이 만든 다양한 동굴과 분화구의 식생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으로 지정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굴의 중심지인 거문오름(거문오름용암동굴계)이다. 탐방로를 따라 분출된 용암이 흘러가며 만든 용암 계곡과 동굴, 바위 덩어리로 된 지표면에서 바람이 불어 나오는 풍혈, 화산활동 당시 만들어진 화산탄 등을 관찰할 수 있다. 거문오름 탐방은 4개 코스로, 1일 예약자 400명만 탐방할 수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30분 간격으로 해설사와 함께 출발한다. 오름 입구의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는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조랑말의 역사를 배우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조랑말체험공원, 제주 여인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해녀박물관도 함께 돌아보면 좀 더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매경닷컴 장주영 기자 semiangel@mk.co.kr] 매경닷컴 여행/레저 트위터_mktour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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