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대한의사협회 3층 대강당. 파주시의사회 소속 의사 임동권 씨가 기자회견장에 푯말을 몸에 두른 채 나타났다. 기자브리핑을 하고 있던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 앞으로 가더니 작심한 듯 드러누웠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는 5분 동안 이어졌다.
11일~12일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계 대표 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2014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전국 의사 총파업 출정식'을 개최하고,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3월 3일 총파업 강행을 예고했다.
기자회견을 시작한지 40분쯤 지났을까. 노환규 회장이 "총파업은 무기한 집단 휴진이 될 것"이라는 말을 내뱉는 순간 한 중년 남성이 단상 앞으로 뛰어나왔다. 활빈단 소속이라고 밝힌 이 남성은 노 회장 면전에서 "의사의 무기한 파업은 정부 협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 파업 결사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A4 용지만한 종이를 노 회장 앞에서 거칠게 흔들었다. 연일 출정식 등 바쁜 일정으로 피곤함이 가득했던 노 회장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다.
대한의사협회가 정부 의료 정책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평행선을 달리자 오는 3월 3일을 기점으로 '무기한 전면 휴진'이라는 벼랑 끝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파업 이후 그동안 신경전에 그쳤던 의료계와 정부의 대립은 14년만에 최고조에 달한 분위기다.
현재 의료계와 정부는 크게 세 가지 쟁점을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원격진료 ▲의료법인 자회사 법인 허용 ▲의료수가 정상화 방안 등이다. 갈등의 시작은 원격의료 논란으로 시작해 의료법인 자회사 법인 허용으로 번졌다. 하지만 갈등 이면의 핵심은 의료계의 오랜 불만이면서도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저수가' 문제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총파업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 '집단 휴진'으로 끌고가기엔 명분이 부족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저수가 문제 해결'은 대다수의 의사들이 공감하는 이슈지만 원격의료나 의료법인 영리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개원의는 전체 회원의 30% 정도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신경외과)는 "의료수가 정상화가 의료계에서 가장 바라는 것"이라며 "하지만 이같은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총파업을 선택한 것은 자칫 국민의 공분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철밥통을 지키고자 파업에 나섰던 철도노조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노환규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문의가 평균 연봉 9200만원을 받지만 노동시간과 위험비용을 감안하면 적다"고 했다. 10년 넘게 동결되어 온 의료수가를 조정해 줄 필요성은 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의사들의 특권의식이다. 의사 못지 않게 업무 강도나 리스크가 높은 직업은 수두룩하다. 의사 면허로 평생을 보장받으려는 생각을 버려야 할 시점이다. 국민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의료계로 거듭나길 희망한다.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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