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봄, 공포에 떨게 했던 가습기살균제에 대해 정부가 판매중지 조치를 내린 후, 지난 2년 동안 소아피해환자가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병원 홍수종 교수팀이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원인미상 폐질환으로 전국 각 병원에 입원한 소아.영유아환자 전체 138명을 대상으로 가습기살균제와 원인미상 간질성 폐질환의 관련성을 논문을 통해 밝혀냈다. 연구팀은 소아환자 138명의 조직병리학.임상.방사선 특징 등을 분석하고, 동시에 정부의 가습기 살균제 판매중지 조치 이후 새로 발생하는 환자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를 통해 구축했다. 후향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관련 간질성 폐질환 소아환자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138명으로 보고됐지만, 2011년 11월 판매가 중지된 후 전향적 조사에서는 0명이었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지 않자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폐 조직검사에선 외부에서 흡입된 물질이 폐질환을 일으켰다는 단서를 확인했다. 전체 환자 중 조직검사를 받은 환자 60명에게서 공통적으로 괴사성 세기관지염 등 다양한 정도의 세기관지 손상을 동반한 폐 병변이 관찰된 것이다.
이는 가습기 물 분자에 달라붙은 미세한 입자 크기의 살균제 독성물질이 기도로 흡입되어 기관과 세기관지를 손상시키고 주변의 폐 조직에 염증을 유발했다는 근거가 된다. 임상적으로 가습기 살균제관련 피해환자 증상은 전형적인 간질성 폐질환과 확연히 달랐다. 감기처럼 특이증상 없이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 섬유화가 급격히 진행돼 심한 호흡곤란을 일으켰다. 특히 겨울철 후반기와 봄철에 환자가 몰렸다. 간질성 폐질환 소아환자 138명 중 99명(71.7%)이 3월(23명), 4월(42명), 5월(34명)에 집중돼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폐 손상은 방사선 검사에서도 확인됐다. 소아환자들의 초기 폐 방사선촬영 결과, 57.2%에서 간유리음영(ground glass opacity)형태가 관찰됐다. 정상적인 폐는 방사선 촬영에서 검게 보이지만, 손상된 폐는 뿌연 유리처럼 얼비친다. 간질성 폐질환이 진행되면서 폐 조직 손상으로 섬유화가 동반되어 50% 이상 환자에게서 기흉도 나타났다. 기흉이 없는 환자들에 비해 기흉이 있는 환자들은 예후도 나빴다. 집중적인 치료에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전체 소아환자 중 무려 60%에 달하는 80명이 숨졌다.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소아천식아토피센터장은 "중증폐질환이나 급성호흡부전증으로 제대로 숨을 못 쉬어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는 환자의 사망률이 약 25%인 것을 감안하면, 가습기 살균제 관련 소아피해환자의 사망률은 매우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논문은 호흡기분야 SCI 최고 권위지 미국호흡기중환자학회지(AJRCCM.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 1월호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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