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쇼핑센터들이 문을 여는 오전 10시 30분. 평일이라 한산하지만 유독 문을 열자마자 손님들이 들이닥치는 곳이 있다. 두산타워 지하 2층의 수선실 `뜨꼬바꼬`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 위치해 있는데도 손님들이 쉴새없이 드나든다.
이 수선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선점이 아니다. 유행이 지난 옷에 새로운 디자인을 입힘으로써 신상 부럽지 않는 맵시를 뽐내게 하는 `옷테크`로 월 수천만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동대문의 명물이다.
◆ 헌옷 신상으로 탈바꿈하는 `리폼` 전문점
뜨꼬바꼬를 이끌고 있는 유은혜(50) 사장은 수선 경력만 32년차에 이르는 베테랑으로 동대문에서만 십여년째 옷을 고치고 있다. 그는 어떻게 한 길 만을 걸어올 수 있었냐는 질문에 "처음엔 생계로 시작했지만 타고난 능력이 있었던 것 같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유 사장이 수선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교를 갓 졸업한 17살 때 그는 고향 전북 익산에서 서울로 무작정 상경했다.
처음 방직 공장에서 기초 기술을 익힌 그는 1980년대 후반 방직 제조업이 사양세에 접어들자 모아둔 종잣돈 1억여원으로 명동에 수선 가게를 열었다. 그것이 이제는 직원 11명에 월 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어엿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유 사장은 "그 당시 1억원이면 서울에서 집 한채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나에게는 매우 큰 돈이었다"며 "다른 누구한테 손 벌리지 않고 오로지 내가 노력해 모은 돈과 기술로 가게를 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뒤이어 "한 때 입소문을 타며 남대문과 신세계 백화점까지 점포수를 늘린 적도 있었지만 내가 상주하지 않으니까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어 지금은 동대문 가게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연예인도 단골…중국·일본서도 찾아와
결과 `뜨꼬바꼬`에는 유난히 단골 손님이 많다. 유행에 민감한 20대 여성부터 시작해 드라마나 무대 의상을 주문하는 연예인 코디까지 문전성시를 이룬다. 최근에는 탤런트 윤은혜도 의상을 손보기 위해 직접 찾았다는 귀띔이다.
손님 행렬은 국내에만 멈추지 않는다. 옷을 예쁘게 고쳐준다는 입소문을 타고 중국이나 일본 등 외국에서도 가게에 들려 `리폼`을 하고 간다. 유 사장은 "말이 안통해도 옷이 마음에 들게 나오니까 알아서 찾아오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모피부터 속옷까지 최소 하루 100여벌 이상 수선하고 있는 `뜨꼬바꼬`지만 가장 많이 다루는 품목은 역시 청바지와 정장바지이다. 오래 두고 입을 수 있지만 자칫하단 후줄근한 동네 백수로 오인받기 쉬운 품목이기도 하다. 이들은 유행이 지난 바지도 불과 십여분만에 신상 스키니진이나 차도남 정장 바지로 리폼해준다.
겨울에는 가죽이나 밍크 제품도 리폼 의뢰가 쇄도한다. 일주일에서 보름 가까이 걸리지만 택배도 괜찮다며 꼭 `뜨꼬바꼬`에서 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손님들도 부지기수다. 리폼을 거쳐 재탄생한 옷을 직접 입어보면 다른 곳을 갈 수 없다는 설명이다. 유 사장은 "다른 집에서 수선해 거의 못입게 되다시피 한 옷을 우리가 새로 만들어낸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이밖에 봄철에는 자켓, 브라우스, 남방 등의 리폼 주문이 많다고 그는 전했다.
그렇다면 유 사장은 어디서 리폼에 필수적인 젊은 감각을 얻을까. 그는 "저절로 옷 생각만 난다"며 "길 가는 사람만 봐도 입고 있는 옷을 어떻게 바꾸면 좋겠다고 자연스럽게 그려진다"고 말했다. "덕분에 다양한 손님이 오고 다양한 옷이 맡겨져도 그에 맞춰 새롭게 디자인해낼 수 있다"며 "리폼 전문 수선 업체 중에서는 우리가 최고"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인터뷰 중에도 계속해서 밀려드는 손님과 주문으로 손을 놓지 못하는 유 사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봤다.
"처음에 일을 시작하면서 50살까지만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어느새 50살이 됐다. 아직까지는 내 기술이 녹슬지 않는 한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크다. 또 다른 목표가 있다면 내가 없어도 될만큼 젊은 사람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싶다. 요즘 아무도 이렇게 힘든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으니 우리 세대가 지나면 이 직업은 없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뉴스속보부 = 이미림 인턴기자]
이 수선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선점이 아니다. 유행이 지난 옷에 새로운 디자인을 입힘으로써 신상 부럽지 않는 맵시를 뽐내게 하는 `옷테크`로 월 수천만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동대문의 명물이다.
◆ 헌옷 신상으로 탈바꿈하는 `리폼` 전문점
뜨꼬바꼬를 이끌고 있는 유은혜(50) 사장은 수선 경력만 32년차에 이르는 베테랑으로 동대문에서만 십여년째 옷을 고치고 있다. 그는 어떻게 한 길 만을 걸어올 수 있었냐는 질문에 "처음엔 생계로 시작했지만 타고난 능력이 있었던 것 같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유 사장이 수선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교를 갓 졸업한 17살 때 그는 고향 전북 익산에서 서울로 무작정 상경했다.
처음 방직 공장에서 기초 기술을 익힌 그는 1980년대 후반 방직 제조업이 사양세에 접어들자 모아둔 종잣돈 1억여원으로 명동에 수선 가게를 열었다. 그것이 이제는 직원 11명에 월 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어엿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유 사장은 "그 당시 1억원이면 서울에서 집 한채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나에게는 매우 큰 돈이었다"며 "다른 누구한테 손 벌리지 않고 오로지 내가 노력해 모은 돈과 기술로 가게를 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뒤이어 "한 때 입소문을 타며 남대문과 신세계 백화점까지 점포수를 늘린 적도 있었지만 내가 상주하지 않으니까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어 지금은 동대문 가게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연예인도 단골…중국·일본서도 찾아와
결과 `뜨꼬바꼬`에는 유난히 단골 손님이 많다. 유행에 민감한 20대 여성부터 시작해 드라마나 무대 의상을 주문하는 연예인 코디까지 문전성시를 이룬다. 최근에는 탤런트 윤은혜도 의상을 손보기 위해 직접 찾았다는 귀띔이다.
손님 행렬은 국내에만 멈추지 않는다. 옷을 예쁘게 고쳐준다는 입소문을 타고 중국이나 일본 등 외국에서도 가게에 들려 `리폼`을 하고 간다. 유 사장은 "말이 안통해도 옷이 마음에 들게 나오니까 알아서 찾아오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모피부터 속옷까지 최소 하루 100여벌 이상 수선하고 있는 `뜨꼬바꼬`지만 가장 많이 다루는 품목은 역시 청바지와 정장바지이다. 오래 두고 입을 수 있지만 자칫하단 후줄근한 동네 백수로 오인받기 쉬운 품목이기도 하다. 이들은 유행이 지난 바지도 불과 십여분만에 신상 스키니진이나 차도남 정장 바지로 리폼해준다.
겨울에는 가죽이나 밍크 제품도 리폼 의뢰가 쇄도한다. 일주일에서 보름 가까이 걸리지만 택배도 괜찮다며 꼭 `뜨꼬바꼬`에서 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손님들도 부지기수다. 리폼을 거쳐 재탄생한 옷을 직접 입어보면 다른 곳을 갈 수 없다는 설명이다. 유 사장은 "다른 집에서 수선해 거의 못입게 되다시피 한 옷을 우리가 새로 만들어낸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이밖에 봄철에는 자켓, 브라우스, 남방 등의 리폼 주문이 많다고 그는 전했다.
그렇다면 유 사장은 어디서 리폼에 필수적인 젊은 감각을 얻을까. 그는 "저절로 옷 생각만 난다"며 "길 가는 사람만 봐도 입고 있는 옷을 어떻게 바꾸면 좋겠다고 자연스럽게 그려진다"고 말했다. "덕분에 다양한 손님이 오고 다양한 옷이 맡겨져도 그에 맞춰 새롭게 디자인해낼 수 있다"며 "리폼 전문 수선 업체 중에서는 우리가 최고"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인터뷰 중에도 계속해서 밀려드는 손님과 주문으로 손을 놓지 못하는 유 사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봤다.
"처음에 일을 시작하면서 50살까지만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어느새 50살이 됐다. 아직까지는 내 기술이 녹슬지 않는 한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크다. 또 다른 목표가 있다면 내가 없어도 될만큼 젊은 사람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싶다. 요즘 아무도 이렇게 힘든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으니 우리 세대가 지나면 이 직업은 없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뉴스속보부 = 이미림 인턴기자]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