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신차보다 저렴하고 같은 값으로 다양한 차종을 선택할 수 있다는 매력에 중고차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많아진다. 그러나 덩달아 사고난 중고차를 무사고차로 속아 사 손해를 보는 일도 늘어난다.
중고차는 ‘중고’라는 딱지가 붙었지만 평균 구입가격이 국산차는 500만원, 수입차는 5000만원 이상 되는 고가품이지만 품질이 제각각인데다 사고 사실을 속이는 중고차 딜러들이 많아서다.
매매업체에서 차를 살 때 발급받는 성능점검기록부, 보험개발원의 자동차이력정보서비스로 사고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모든 사고를 가려낼 수 없는 것도 소비자들의 걱정을 더욱 키우고 있다.
사실, 자동차 소유자들이 중고차시장이나 온라인 쇼핑몰에 내놓은 중고차 10대 중 9대는 크고 작은 사고를 겪었다. ‘사고’에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국내 소비자들의 경향에 비춰보면 ‘중고차=사고난 문제차’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사고 그 자체가 아니라 중고차 딜러들이 사고 사실을 숨겨 제 값보다 비싸게 판매하는 것이다.
1. 보닛 및 지지패널 사고
승용차의 앞부분은 엔진룸 등이 있는 중요 부위로 차를 살 때 반드시 눈여겨봐야 한다. 본네트라고도 불리는 보닛이 교환됐다면 사고 났을 가능성이 크다. 보닛을 열고 옆선을 보면 안쪽으로 철판이 꺾이는 부분이 보인다. 끝나는 부분에 실리콘 처리가 돼 있고 손톱으로 찍었을 때 손톱자국이 곧 사라지면 교환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보닛이 교환됐다면 차의 패널(라디에이터를 받치고 있는 가로로 된 쇠빔)을 살펴보는 게 좋다. 패널이 수리됐다면 사고로 차체에 가해진 충격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보닛을 열면 헤드라이트가 양 옆으로 꺾어지는 부분에 두개의 쇠 빔이 90도 각도로 마주보고 있다. 두 개의 쇠 빔을 연결하는 볼트를 풀었던 흔적이 없는 지를 살펴본다.
2. 펜더 수리
바퀴를 감싸고 있는 부분이 펜더다. 앞 펜더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선 앞문과 보닛을 열어야 한다. 보닛 안쪽에 지지패널을 직각으로 해서 차체와 같은 방향에 펜더를 연결시켜주는 볼트가 있다. 볼트가 페인트에 묻어 있으면 정상이고 따로따로면 교환된 것이다. 또 앞문을 열면 펜더를 잡아주는 볼트가 있다. 이 볼트 역시 페인트로 덮여 있으면 정상이다.
3. 문짝 교체 여부
문짝이 교체됐는지는 실리콘으로 알 수 있다. 다른 문짝의 실리콘과 같은 색깔, 비슷한 모양인지 확인한다. 또 공장에서 출고된 문짝으로 바꿨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차체와 연결된 볼트를 살펴봐야 한다. 문을 활짝 열고 차체와 연결하는 고리를 보면 사람 손으로 닿을 수 없는 부분까지 물청소한 것처럼 깨끗하면 의심할 필요가 있다.
4. 판금 및 도색 판단
차체를 도색했다면 페인트 방울들이 튀기 마련이다. 펜더의 경우 바퀴를 덮고 있는 부위에 페인트 방울이 묻기 쉽다. 문짝은 유리 근처에 있는 고무패킹에 칠 자국이 남는다. 판금작업을 거친 차는 태양을 마주하고 차 표면을 45도 각도로 보면 빗살들이 보인다. 기계로 판금한 경우 원모양의 자국이 남는다. 단. 페인트나 판금자국이 있다고 무조건 사고차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5. 무사고차 고집은 금물
중고차를 잘 사려면 사고 유무보다는 사고의 정도와 사고가 차 성능에 미친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 또 현재 시중에 나온 중고차는 크고 작은 사고경험이 있어 완전무결한 무사고차를 찾기 힘들다. 무사고차만 고집할 경우 중고차를 제 때 사기 어렵고, 오히려 사고차를 무사고차로 속여 파는 불법 호객꾼의 타깃도 된다.
사고차라 하더라도 범퍼, 펜더, 도어, 트렁크 정도만 교체됐다면 차 성능에 별 지장이 없다. 이런 차는 무사고차보다 가격이 싸므로 소비자 입장에선 구입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매경닷컴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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