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어떻게 잠을 자고 어떻게 새끼를 양육하며, 어떻게 사랑을 속삭일까. 영화를 보고 나면 ‘주연: 혹등고래, 향고래, 벨루가, 보리고래’라는 설명이 뭉클하게 와닿을 정도로, 평소 알지 못했던 고래의 세계를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다.
[※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번식과 출산을 위해 지구 반 바퀴를 헤엄치고, 한 번의 호흡으로 심해까지 잠수해 먹이 활동을 하는 고래는 지구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오래 살며 가장 긴 거리를 이동하는 포유류다. 그럼에도 가장 알려지지 않은 고래의 생태적 아름다움을 조명하려던 다큐멘터리 카메라는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고래의 이상행동과 고래 생태계의 균열을 비추며 지구 환경의 급격한 변화까지 보여준다.
‘극장판 고래와 나’는 7년간 북극, 남극, 프랑스, 아이슬란드, 멕시코, 몽골, 통가, 페루 등 20개국을 오가며 촬영한 고래 블록버스터 다큐멘터리로, 2024 뉴욕필름페스티벌 본상, 2024 휴스턴국제영화제 금상, 제4회 누벨바그영화제 장편 대상을 받았다. 대한민국에서 자연 다큐멘터리 촬영의 1인자로 손꼽히는 김동식, 임완호 감독이 촬영을 맡아 한국 다큐멘터리 사상 최초로 8K RED 카메라 수중 촬영을 진행했고, ‘동물농장’, ‘그것이 알고 싶다’ 등 다양한 다큐멘터리 등으로 경력을 쌓은 이큰별 PD가 연출을 맡아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특히 고래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스킨스쿠버 장비나 산소통 없이 맨 몸으로 뛰어들어 고래를 촬영한 김동식 감독은 수중 촬영 전문으로, 자신만의 40년 내공을 보여준다. ‘아바타’ 제임스 카메론 감독 이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촬영한 고래 수유 장면을 수중 8K RED 카메라 영상으로 만나본다고 상상해 보라.
(사진 썬더필름, SBS)
촬영 팀이 망망대해에서 12시간 이상 배를 타며 원시적으로 고래를 찾아 다닌 결과, 영화에선 고래의 키스와 춤, 북극곰과 벨루가의 먹이사슬, 영국 자연사 박물관 수장고, 대형고래 과학부검 등 국내 다큐멘터리 역사에 기록될 수많은 최초의 순간을 확인할 수 있다.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의 주인공인 향고래, 한국 최초로 선보이는 고래 수유 장면을 비롯해 고래들이 단체로 거꾸로 서서 잠자는 장면 등을 대형 스크린으로 감상하는 재미가 크다.고래의 비정상적인 죽음, 벨루가(흰돌고래)와 북극곰의 생존기, 원래 바다표범을 잡아먹는 북극곰이 오랜 굶주림 끝에 바다에서 벨루가를 사냥하는 장면 등 영화는 드넓은 바다에 은신한 고래의 경이로운 삶과 죽음이 나아가 해양 생명과 기후 위기, 환경문제로 이어짐을 보여준다. 특히 혹등고래가 부르는 노래는 백미. 배우 한지민과, 박해수가 영화의 내레이션을 맡았다. 러닝타임 96분.
‘극장판 고래와 나’ 포스터(사진 썬더필름, SBS)
[글 최재민 사진 썬더필름, SBS][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9호(24.12.1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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