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를 일기로 오늘(25일) 별세한 배우 김수미.
고인의 사인은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급격하게 상승해 신체 기능이 저하되는 ‘고혈당 쇼크사’.
지난 9월 한 방송에 출연해 컨디션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 건강이상설이 불거진 가운데, 약 한 달 만에 들려온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연예계는 슬픔에 빠졌습니다.
군산 오남매 막내서…‘일용 엄니’로 국민배우 반열
전원일기 속 배우 김수미 / 사진=전원일기 홈페이지 캡처
1949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오남매 중 막내였습니다. 군산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로 상경했고,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합격했지만 진학하지 못했습니다. 18세에 아버지를 여의어 대학 등록금을 마련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1971년 MBC 3개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행복’(1971) ‘수선화’(1974) ‘들장미’(1976)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습니다.
이국적인 외모로 데뷔 초 오랜 무명 생활을 이어간 고인이 일약 스타덤에 오른 건 1980년부터 22년간 방영한 국내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60대 일용엄니 역을 소화해 내면서입니다.
당시 32세의 나이로 구수한 시골 할머니 캐릭터를 실감 나게 표현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작품 속 아들 ‘일용’ 역을 맡은 배우 박은수보다 두 살 어렸지만 철저한 캐릭터 분석을 통해 드라마의 대성공을 이끌었고, 이 작품으로 1986년 MBC 연기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괄목할 점은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연기대상을 받은 최초의 배우라는 점입니다.
‘전원일기’로 인연을 맺은 배우 김혜자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이 아니고 외국에서 태어났으면 정말 다양한 역할을 하는 배우가 됐을 것”이라며 “어떨 때는 너무 불쌍하다. 너무 많은 것을 가졌는데 그걸 표현해 줄 역이 없었다”며 찬사를 표했습니다.
‘욕쟁이 할머니’ 등 독보적 캐릭터 구축
배우 김수미 / 사진=MBN DB
전원일기 종영 후 김수미는 영화와 시트콤에서 유쾌한 코미디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슈퍼스타 감사용’(2004), ‘마파도’(2005),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2005), ‘맨발의 기봉이’(2006), ‘안녕, 프란체스카’ (2006), ‘헬머니’(2014) 등에 출연했습니다.
특히 ‘안녕, 프란체스카’에선 뱀파이어 이사벨 역을 소화하며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했고, 이 외 맛깔스러운 욕설 연기로 ‘욕쟁이 할머니’ ‘할미넴’ 등 대표적인 수식어를 얻으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습니다.
연극 무대에서도 고인의 활약은 활발했습니다. 뮤지컬 ‘친정엄마’ 초연부터 14년간 친정엄마 봉란 역을 맡으며 무대를 이끌었습니다.
다만 제작사가 표절 시비에 휘말리며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고인은 마음 고생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우 김수미 / 사진=MBN DB
고인은 또 연예계 뛰어난 손맛으로도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2005년 자기 이름을 건 ‘김수미 간장게장’ 판매에 나서 성공을 거뒀고, 이후 나팔꽃F&B를 설립해 사업가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방송에선 tvN 예능 ‘수미네 반찬’을 진행하며 유명 셰프들에게 요리 비결을 전수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했습니다.
개성 있는 연기로 국민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남긴 배우 김수미. 연예계 큰 별은 졌지만 고인이 남긴 작품과 연기는 대중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겁니다.
고인의 빈소는 한양대병원에 마련될 예정입니다. 슬하에 아들이자 나팔꽃F&B 이사 정명호, 며느리 배우 서효림이 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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